[농업이야기] 설 음식 이야기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농업이야기] 설 음식 이야기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박성민
  • 승인 2017.01.19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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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우리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로서 정월 또는 원일이라고도 한다.

이는 일 년의 시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에 각 가정에서는 아침 일찍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차례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런 음식을 통틀어 세찬이라고 한다. 세찬에는 떡국, 편육, 전, 찜, 산적, 갖은 편 등이 주로 차려지는데, 설날을 준비하는 다양한 세찬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떡국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새해 첫날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인 이 떡국은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새해를 맞이할 때 먹던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새해엔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묻는 대신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묻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새해를 맞으면서 흰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으며 깨끗하고 경건한 마음을 다잡았다. 떡국 재료인 가래떡은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여 뽑은 것으로, 이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둥글게 써는 가래떡은 마치 옛날 화폐인 엽전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 그리고 전통 후식으로 식혜와 수정과를 빼놓을 수 없다. 옛날 조상들은 식후에 답답해진 속을 풀기 위해 소화제로 식혜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겨울철 식혜를 마실 때는 잣을 동동 띄워서 마셨는데, 이때 잣을 넣는 것은 차가운 음식을 급히 마시면 자칫 탈이 생길 수 있어 천천히 마시라는 지혜가 담긴 것이다. ‘물에 담근 과자’라는 데서 이름 붙여진 수정과는 일명 ‘수전과’라고도 한다. 계피·생강·통후추를 달인 물에 설탕을 타서 차게 식힌 후, 손질한 건시를 넣어 말랑말랑해진 곶감물이 우러나면 화채를 그릇에 담아 잣을 띄워서 낸다.

이렇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 준비가 모두 끝나고 맞게 되는 섣달 그믐밤은 가장 가슴 설레는 밤이었다. 밤하늘 별들은 아름답게 소곤대고 있는데도 어머니가 준비해준 새 옷과 신발을 머리맡에 두고, 행여나 설날 비가 내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깨진 장독 조각, 도랑의 얼음도 요즘 게임기 못지않은 놀이기구가 되었던 그때가 그립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동전 모양을 닮은 떡국 한 그릇으로 올해에는 모든 가정과 어려운 우리 농촌과 나라에 재물이 풍성하기를 기원해본다.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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