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혼군(昏君)과 간신(奸臣)의 나라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혼군(昏君)과 간신(奸臣)의 나라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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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현종은 집권 후반 소인배와 간신들을 중용하고 사치 방탕한 생활에 젖어 결국 안록산의 난을 초래하여 대당제국을 쇠퇴의 길로 이끌었다. 현종이 중용했던 간신 안록산은 뚱뚱하고 배가 불룩 나왔는데, 한번은 현종이 농담으로 “대체 그 뱃속에 무엇이 들었기에 그렇게 불룩 나왔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록산은 “폐하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가득 차 있을 따름이옵니다”라고 아부했다. 현종은 이 아부의 말에 기분이 들떠 안록산을 나라를 지킬 대들보라고 칭찬하면서 양귀비로 하여금 그를 양아들로 삼도록 권유까지 했다고 한다. 불룩 나온 뱃속에 오로지 현종에 대한 일편단심만 가득 차 있다던 바로 그 안록산이 얼마 후 대군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

명나라 후반기는 어리석은 군주로 인한 환관들의 발호로 나라가 완전히 망가졌다. 그 중에서 환관 위충현은 비밀 경찰조직이라 할 수 있는 ‘금의위’나 ‘동창’같은 특무기구를 동원하여 공포의 정국을 조성하고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제거했다. 위충현이 조성한 공포통치 가운데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위충현의 성씨인 ‘위’자를 거론하는 자가 있으면 누구든지 잡아들여 ‘한 자씩 줄인다’는 명을 내린 것이다. 이 해괴망측한 명령은 신체의 일부 중 한 자를 없앤다는 뜻으로 목을 자른다는 의미였다. 관부에서 올리는 문서도 위충현의 손을 거쳐야만 했는데 여기에 ‘위’자가 하나라도 들어가 있으면 황제의 성지를 빙자하여 즉시 잡아들여 죽였다.

혼용무도(昏庸無道)한 군주와 간신이 나라를 망친 사례는 역사에서 숱하게 등장한다. 중국의 경우 수천 년 왕조체계를 거치면서 약 600명의 황제나 왕을 칭한 제왕을 배출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죽임을 당하거나 쫒겨나는 등 비정상적으로 물러난 제왕이 40%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혼용무도한 군주로 나라를 망치거나 망하게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혼용무도한 통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으로 그 하나는 바른 말이나 충고에는 철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른 말을 하거나 충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증오심을 품고 박해한 반면, 자신의 말과 판단 등에 맞장구를 치거나 기분을 맞춰주는 아첨배와 간신들을 총애한다. 간신정치와 환관정치라는 왕조체계의 부조리가 이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자리를 과신하는 과대망상과 이를 부추기는 간신들의 아부가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무슨 짓을 하든 잘했다고 꼬리를 치는 자들을 곁에 두고 총애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은 결국 독재나 폭력으로 흐르고, 그 최후는 예외 없이 비참했다.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백성과 나라를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를 발전시키는데는 우수한 인재 열명도 부족하지만, 나라를 망치는데는 혼용무도한 통치자 한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역사속에서만 보아온 혼용무도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최순실이라는 한 여자에게 휘둘린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인해 나라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큰 위기에 빠졌다. 국민들은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혼용한 대통령 못지않게 그 주변의 무도한 간신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어리석은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못한 자들이 청문회나 법정에서는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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