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명절 스트레스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
남자의 명절 스트레스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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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실

명절 차례나 기일 제사는 그 주체가 남성 중심이다. 가부장 제도에서 가족 및 친지의 남성들을 단합시키고 혈연적인 서열화 및 공동체 확립에 숨은 역할이 대단하다. 그래서 남자들은 모여서 즐기는 편이지만 여자들은 그저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치르는 것에 국한되어 상당한 수고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들의 파워가 이러한 전통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남성들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고통의 분담이 시작된다는 의미였고, 결국 남성 명절 증후군이란 단어마저 탄생시켰다.

인터넷으로 남성 명절 증후군의 예를 찾아봤더니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 시댁가기 싫다고 투덜대는 아내, 고향 가며오며 들어야 하는 아내 잔소리, 동서지간의 신경전에 괜한 눈치, 친척들과의 사회 경제적 비교, 처갓집 안갈 수 없는 입장 등등 그 스트레스가 웃고 넘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남성들의 스트레스는 장차 집안의 명절이나 기일 대소사를 결정할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언젠가 남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결혼 후 명절 차례나 조상의 제사를 지낼 것인가를 물었던 설문조사가 있었다. 예견되겠지만 어른들이 무척 놀랄 만큼 기존의 가치에 비해 부정의 답이 많았었다. 그 이유 중에는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부모님들의 부부싸움을 보아 온 좋지 못한 기억을 예로 든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이렇게 남자들도 명절 스트레스가 가중될수록 자녀에게는 그 고통의 대물림을 원치 않을 것이고 결국은 제사나 차례를 기대한 아빠들도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고유의 전통마저 점점 사라질 수 있다는 것과도 연결되니 참 우려스럽다.

우리 집도 차례와 제사가 있는 집안이다. 하지만 아내는 다행히도 이러한 집안의 며느리지만 기꺼이 수긍하고 그 거사(?)를 잘 치러 낸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를 은근히 받는다. 명절 전후로 가급적 아내의 신경을 거스르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다소곳이 지내야 하는 스트레스….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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