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장기실업과 장기백수의 문제
정찬기오(객원논설위원·경상대 명예교수·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경일시론] 장기실업과 장기백수의 문제
정찬기오(객원논설위원·경상대 명예교수·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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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2017. 1.15.)에 의하면 2016년의 장기실업자 수는 13만3000명이나 된다. 실업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 비율 또한 전체 실업자의 13.1%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기간이 14개월이나 된다. 이러한 장기실업의 비율은 2002년(13.8%) 이후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자도 9000명(전체의 0.9%)이다.

단기실업은 구직과정이나 경기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제현상이라고 하지만, 장기실업은 실업자들이 구직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는데 계속 실패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2016년 하반기에 대량으로 실업자들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실업자의 비율은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구직활동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에 의하면 실업자 수가 절대 다수로 늘어나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심화되고 장기간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기실업자들의 증가는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고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 신호라고 분석된다. 과거의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는 제조업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회복되었지만, 최근 3∼4년 동안은 가동률이 서서히 하락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 통계청의 ‘연간고용동향’에 의하면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실업자는 43만5000명으로, 청년실업률이 9.8%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최악의 실업현상은 서울대학교의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당수가 졸업 후에 취업이 훨씬 쉬우면서 정년 제한이 없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다른 대학교의 의과대학 등을 선택하는 사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셋 코리아가 2013년부터 4년간 SNS 등에 올라온 블로그 포스트 5억84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고민·걱정 등 부정적인 감성이 전체의 65% 정도를 차지했다. 고민이나 걱정의 대상은 크게 세 가지였다.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이다. 노후에 대한 걱정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20~30대의 주된 고민은 당연히 취업이었다. 미취업자는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취업한 사람도 야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생의 제2관문인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진다. 취업 의지를 상실한 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겨우 취업을 해도 3분의 2는 비정규직이다. 이에 2030세대의 4명 중 3명은 한 가지 이상을 포기한다. 여가활동 포기는 57.7%, 결혼 포기는 46.7%, 연애 포기는 46.5%, 꿈과 희망 포기는 43.2%, 내 집 마련 포기는 43%, 출산 포기는 31.3% 순위이다. 삼포·오포·칠포를 넘어 N포 세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

리셋 코리아의 분석 결과들 중 남자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결혼이고, 여자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출산이라고 한다. 결혼과 출산이 함께 줄어드는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되겠다는 자천타천의 대선 후보들 모두가 생각해야할 우선적인 항목은 ‘장밋빛 구호’보다는 ‘장기실업과 장기백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단기적 아이디어들이 필수항목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찬기오(객원논설위원·경상대 명예교수·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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