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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의 말숲산책] ‘해태(?)’ 사유
허훈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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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5  21: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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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출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 신고서에 적힌 ‘해태 사유’란을 보고 난감했다. 무슨 뜻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태’라니….’ 순간, 국회 정문에 세워 놓은 ‘해태상’이 떠오르더니 이내 ‘해태(김)’가 겹친다. 해태란 단어 옆에 한자를 함께 적어 놓았더라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담당자가 “출생신고를 늦게 한 사유가 뭔지 적어라” 한다. 그때야 ‘아하,’ 알아챈다. 예전의 일이다.

‘게으름’의 뜻인 ‘해태(懈怠)’는 법률용어로 ‘어떤 법률행위를 할 기일을 이유 없이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는 일’을 의미한다. 담당자의 말마따나 그냥 ‘늦은 사유’라 하면 누구나 다 알아볼 것을, ‘해태’란 말을 써서 골머리를 앓게 만들다니 말이다. 그래서 법제처에서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째다. ‘쉽고 뚜렷한, 반듯하고 자연스러운 법령’을 만들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취지에서다.

주요 사례를 보면, 요부조자(要扶助者/경범죄처벌법)→도움이 필요한 사람, 구거(溝渠/기업도시개발특별법)→도랑, 최고(催告/민법)→촉구, 몽리자(蒙利者/민법)→이용자 등이다. 차별적·권위적 용어 정비사례로는 맹자(盲者)→시각장애인, 징구(徵求)하다→제출받다 등이다. 체육센터나 공공건물에 가면 한편에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를 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몰라 헤매는 사이 한 생명이 꺼져갈 수도 있다. 진작 ‘자동심장충격기’로 표기해 놓았더라면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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