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절 받기?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엎드려 절 받기?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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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준

‘엎드려 절 받기’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상대방이 원하든 원치 않든 나에게 감사함 또는 호의를 표시하도록 내가 주도적으로 먼저 그렇게 상황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나는 본래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호의나 친절을 베풀었다면, 상대방이 알아서 또는 우러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내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을 치르면서 조금 다른 시도(?)를 해보았는데, 느낀바가 있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총 3번의 고3 담임을 하면서 3번의 졸업식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전에 두 번의 졸업식에서 약간의 서운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정말 1년간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피땀 흘려 노력했는데,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고사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학부모님도 단 한번도 얼굴도 안 비치고 가시는 분이 많으셨던 것이다.

물론 본교가 전국에서 학생들이 선발되다 보니 여러 지역에서 오는 학부모님들이 많다는 특수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서운함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을 바랐기 때문에 오는 서운함이 결코 아니었다. 다만 ‘1년간 우리 아이를 위해 힘써 주셔서 정말 수고하셨다’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반 아이들에게 “졸업식날 꼭 부모님 손잡고 와서 인사는 하고 가거라. 김영란법 때문에 선생님께 아무것도 주면 안되는 거 알지? 그냥 손잡고 와서 샘 얼굴 한번 보고 가.” 이렇게 교육했다. 소위 말하는 ‘엎드려 절 받기’를 한 셈이다.

그런데 올해 졸업식을 경험하면서 교육에 있어서는 그 ‘엎드려 절 받기’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부모님 한분 한분 뵙고 인사하며 일년의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하면서 행복하게 보내줄 수 있었던 게 너무 마음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종례도 부모님과 함께했는데, 다 같이 웃는 얼굴로 전체사진을 찍고 아이들과 작별을 하는데 참으로 행복한 졸업식이었다. 피천득 시인의 수필 ‘은전 한 닢’이 떠오른다. ‘이 은전 한 닢이 갖고 싶었습니다.’ 교사도 때로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다. ‘그저 감사하다. 수고했다 라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습니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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