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팥시루떡'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팥시루떡'
  •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승인 2017.01.2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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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한발 물러서는 달달한 떡 한 입
 
현숙씨가 명절 앞 손님상을 따뜻하게 채워줄 팥 시루떡을 준비했다. ‘시루떡’ 하면 소설 토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배 곯은 아이를 먹이려고 떡시루에 김 빠져나가지 말라고 붙이는 시룻번을 두껍게 붙였다가 몰래 아이에게 떼어주는 대목은 우리네 삶을 문학속에 고스란히 살려낸 박경리 작가의 눈썰미 였다. 떡시루가 살림살이에서 사라져 간지도 오랜 일이다. 명절에야 구색으로 갖추는 시루떡, 송편이 비닐포장 속에 꽁꽁 싸인채로 차례상에 올랐다가 냉동실로 그대로 옮겨지는 형편이다. 한번은 떡케이크가 인기를 끌기도 했고, 모양 고운 아기자기한 떡을 파는 떡집이 카페처럼 영업을 하기도 하지만 곡식이 남아야 만들수 있었던 귀한 음식 떡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신분하락을 당하고야 말았다.

 현숙씨가 아름들이 찜통에 면포를 깔고 김을 올려 떡을 짓는 마음에는 비닐팩 속에 포장된 떡의 행색이 아쉬운 탓도 있고 갓 지은 떡 내음이 전해오는 추억이 정겨운 탓도 있다. 정성이 쌓여야 비로소 익어가는 떡 한판의 이야기로 이번 명절에 쉼표 한번 찍어본다.

 팥은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쓰이는 음식이다. 생일이면 건강을 기원하며 팥밥을 챙겨먹는다. 몸이 붓는데는 팥이 효능이 있다고 해 삶은 팥을 주식으로 먹거나 팥을 삶은 물을 마시기도 한다. 과음했을 때 술독을 풀어주는데도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팥은 찬 성질이 있어 여름에는 팥을 삶아 넣은 팥빙수가 인기를 누린다. 또 팥은 붉은 빛깔 때문인지 잡귀를 물리친다고 해서 주술적인 노릇까지 해왔다. 동지에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로 팥죽을 먹고 이사한 집에 들어서며 팥알갱이를 뿌리거나, 혼인에 앞서 함을 받을 때 팥시루를 올려두는 풍습도 있었다.

 팥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체내 중성지방을 억제하는 등 효능으로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풍부한 비타민B1은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고, 수면장애나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등의 예방에 효과적이다. 팥 속에는 안토시아닌 성분도 있어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예방에도 탁월하다. 생일날 팥을 챙겨먹으며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식이섬유 또한 풍부해서 장기능을 활발하게 해주는 효과로 다이어트에 적합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건강도 챙기고 든든한 기운도 전해주는 팥을 챙겨먹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팥은 원래 알갱이가 단단한 편인데다 국내산은 중국산에 비해 더 단단해 다른 요리에 사용하기 전에 먼저 삶아서 준비해 두어야 한다.

 떡을 만들 멥쌀은 곱게 빻아서 체에 두어번 내린다. 체에 여러번 내릴수록 떡이 부드럽고 포슬포슬하게 나온다. 손으로 비벼가며 체에 내린 멥쌀가루를 준비해두고 떡에 달콤한 맛을 더해줄 고명들을 준비한다.

 현숙씨는 팥시루떡에 달콤함을 더해줄 재료로 호박고지와 감말랭이를 내왔다. 잘 익은 호박을 얇게 썰어 가을 볕에 바짝 말린 호박고지는 식이섬유도 풍부하고 비타민D가 농축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가을 한철 호박고지를 장만해두면 푸성귀 귀한 한겨울 나물거리로 좋다. 바짝 말린 호박고지는 찬물에 10여분 담궈두어 물기를 머금게해서 사용한다.

 감을 투박하게 잘라 말린 감말랭이도 단맛이 나는 간식으로 일품이다. 꾸덕하게 마른 주황빛 감말랭이와 물에 불린 호박고지는 먹기 좋게 잘라서 황설탕으로 살짝 버무려 둔다. 호박고지에서 물기가 배어나와 설탕이 표면에 적당히 달라붙어 단맛을 더 끌어올린다.

 정성들여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뜨거운 김이 오른 찜솥에서 떡을 한 판 지어내니 현원당 다실에 포근한 떡내음이 가득하다. 갓 지은 부드러운 떡 살에 팥알갱이가 씹히는 고명이 향긋하다. 황금빛으로 익은 호박고지와 감말랭이가 달콤한 맛을 더해주니 쌉쌀한 대추사삼차 한잔과 어우러진 찻상이면 새해 덕담이 절로 배어나올 듯 하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팥시루떡과 대추사삼차 따라하기>
 팥시루떡 만들기
 재료 : 멥쌀가루 1㎏, 팥 600g, 호박고지 한웅큼, 감말랭이 한웅큼, 황설탕, 소금

 1.팥을 찬물에 두번 정도 끓여내 체에 받쳐 물을 뺀다. 다시 팥과 찬물을 불에 올려 끓으면 중불로 50분 정도 삶는다. 팥알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눌러서 터질 정도로 삶으면 적당하다.
 삶아낸 팥은 김이 오른 찜솥에 면포를 깔고 소금을 조금 섞어 40분~1시간 정도 찐다. 팥 알갱이가 터지면서 속이 보일정도로 찌면 된다.
 쪄낸 팥은 넓은 쟁반에 펼쳐서 손으로 가볍게 으깨서 팥고물로 만든다.
 2.멥쌀가루는 부드럽게 빻아서 체에 두 세번 내린다. 손으로 문질러가며 고르게 내려서 사용한다.
 3.말린 호박고지는 찬물에 10분 정도 불려서 채반에 물을 뺀다.
 4.감말랭이는 두껍지 않게 잘라서 먹기좋게 한다.
 5.호박고지와 감말랭이는 설탕과 소금을 뿌려 재워둔다.(팥을 삶는 동안 해두면 된다.)

 팥시루떡 찌기
 1.찜솥에 물을 여유있게 붇고 수증기가 올라올 때까지 끓인다.
 2.체에 내린 멥쌀가루에 호박고지와 감말랭이를 넣고 버무린다.
 3.김이 오르면 젖은 면포를 깔고 팥고물을 넣고 설탕을 적당히 섞은 다음 고르게 편다.
 4.섞어둔 멥쌀가루를 깔고 위에 다시 팥고물을 한층 더 올린 다음 면포로 위를 덮어준다.
 5.찜솥 뚜껑을 마른 면포로 감싸 두껑에 물이 고여 떡 위로 떨어지지 않게 한다.
 6.30~40분간 찐다. 반죽을 찔러보아 뭍어나오지 않으면 된다.
 7.떡이 완성되면 5~10분간 뜸을 들인 후 먹기 좋게 자른다.
 
 대추사삼차 만들기
 재료 : 더덕(사삼) 큰 것 10뿌리, 대추 50알, 물 1.5ℓ, 물 3컵(약 700㎖-체에 내릴 때 사용)

 
 1.대추는 따뜻한 물에(10분 정도) 담갔다가 씻어 찬물에 헹군 다음 채반에 받혀둔다.
 2.더덕은 껍질을 까서 깨끗하게 정리한 후 적당히 잘라서 준비한다.
 3.냄비에 더덕과 대추를 넣어 물 1.5ℓ를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50분 정도 은근히 끓인 다음 불을 끄고 5분 가량 뜸 들인다.
 4.따뜻할 때 더덕을 건져 먼저 체에 내리고, 대추는 껍질을 제거하고 체에 내려서 잘 섞는다. 체에서 내릴 때 물 3컵을 넣어가며 내린다.
 5.체에 내린 더덕과 대추 건더기를 걸죽한 상태로 한번 살짝 끓인다.
 6.설탕과 물은 기호에 따라 첨가해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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