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162> 고성 구절산
명산 플러스<162> 고성 구절산
  • 최창민
  • 승인 2017.01.2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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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암


고성 구절산은 낮지만 갖출 것을 다 갖춘 산이다. 육산이지만 산허리 일부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기암절벽이 그렇고, 이 바위 골을 타고 떨어지는 장엄한 용두폭포의 장관이 그렇다. 폭포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거대한 단애가 있는데 규모와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폭포 옆 폭포암은 이국적인데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흔들바위와 백호동굴 등이다. 전설엔 승천에 실패한 용, 그러니까 이무기가 만들어낸 기이한 지형으로 통한다.

구절산 정상부의 암릉과 철마령 방향 제1, 2암봉은 작아도 암팡지다. 산줄기는 철마령을 넘어서 철마산성, 철마산, 수양산을 세웠다가 해안가 동해초등학교 부근에서 바다로 잠영한다.

정상 북쪽에 위치한 당항포는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처럼 생긴 바다. 그러나 400년 전 불멸의 이순신은 이 바다의 지형을 이용해 경각에 달린 나라를 지켜냈다. 장군은 조국을 위해 기꺼이 한목숨 내걸고 왜군을 격퇴했다. 잔잔한 호수지만 우뢰같은 울림이 있었던 피의 전장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기묘함을 고루 갖춘 구절산은 벽방산, 거류산과 함께 고성 3대 명산으로 꼽힌다. 해발 559m에 고성군 동해면 외곡리에 소재한다. 양의 장기처럼 아홉번 꼬부라져 있다는 뜻의 구절양장 구절산이라거나, 옛날에 도를 통한 구절도사가 살아서 구절산이라거나 하는 갖가지 얘기가 전한다. 하나 더, 구구절절 볼거리가 많은 산이라면 사족이 될까. 이번 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맞아 고향나들이 산행으로 좋을 고성 구절산을 소개한다.

 
▲ 폭포암 옆 용두폭포. 높은 단애는 위압감을 주는데 승천에 실패한 이무기의 형상이라고 한다.


▲등산로: 고성 동해면 외곡리 정남마을 혹은 폭포암→흔들바위→구절산·백호동굴갈림길→임도 구절산→제1암봉→2암봉(반환)→구절산→구절산·백호동굴갈림길→1, 2, 3전망대(하산)→굴참나무길→백호동굴 용두폭포·폭포암 회귀.

▲접근로는 내비게이션에 ‘정남마을’ 혹은 ‘폭포암’을 치면 안내해 준다. 주소는 고성군 동해면 외곡리 산 50으로 돼 있다. 외곡리 정남마을에서부터 올라갈 수 있지만 폭포암까지 좁은 찻길이 있다. 주말이나 행사가 있는 날엔 길이 좁아 차량교행이 쉽지 않으니 마을 주변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용문저수지 옆을 따르면 폭포암까지 간다.

오전 10시 10분, 폭포암 뒷면 거대한 암벽 단애가 곧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위압감을 준다. 그 중간에 실비단 같은 용두폭포가 걸쳐 있다. 요즘 수량이 적어 폭포행색이 초라하나 여름철에는 엄청난 물줄기를 자랑해 그야말로 용이 솟구치는 형상이라고.

이 지역 전설에는 승천하려던 용이 어떤 불순한 행동을 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추락하면서 몸이 흩어져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머리는 용두폭포가 됐고, 몸통은 인근 백호굴, 용의 꼬리는 잘려 흔들바위가 됐다.

폭포암 앞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암자 본당으로 오르면 왼쪽 구절산 흔들바위, 오른쪽 폭포 아래로는 백호동굴로 가는 갈림길이다. 암자 앞마당을 가로지르면 난간에 흔들바위, 암벽에 약사여래상이 등장한다.

암벽에 부조한 여래상이 찬란한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소박한 암자와는 부조화다. 최근 금박을 입힌 것으로 보였다.

흔들바위는 힘을 합쳐 밀면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상당히 흔들린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몇해 전 암자 주지스님이 안전을 고려해 인력을 동원해 없애려 했으나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았다한다. 공중파 TV에 몇차례 소개되면서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지점이 대웅전과 폭포 암벽 흔들바위의 전경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이다. 특히 수량이 많고 초록이 짙어진 여름의 이른 아침 반역광이 내리칠 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바탕 바위의 잔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구절산은 평범한 산으로 돌아간다. 한참동안 마치 마을 뒷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전 11시 14분, 능선에 올라서면 백호동굴·구절산 갈림길이다. 구절산은 왼쪽 600m지점에 있고 오른쪽 2㎞지점에 백호동굴이 있다. 취재팀은 구절산과 1, 2암봉까지 갔다가 반환해 이 갈림길에서 백호동굴쪽으로 하산키로 했다.

구절산으로 방향을 잡아 가면 임도와 조우한다. 길은 200m 끝에서 다시 암릉으로 된 산으로 올라간다.

등산로는 바위지대와 큰 소나무, 다시 암릉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산풍취가 제대로 난다. 높이 10m가 되는 바위 옆으로 우회해 철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푸른 하늘 아래 구절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 폭포암 옆 용두폭포. 승천에 실패한 이무기의 형상이라한다.


오전 11시 30분 정상, 답답했던 전경이 트인다. 남서쪽에 피리미드처럼 우뚝 솟은 산이 거류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다이면서 호수처럼 보이는 당항포, 동쪽은 거제도와 그 뒤로 아예 드넓은 바다이다.

400년 전 이순신장군은 당항포에서 두 차례 승전한다. 1592년 6월 5일 전라좌수사로 있던 그는 전라우수사, 경상우수사와 함께 왜선 51척을 공격해 26척을 격파했다. 이어 삼도수군통제사였던 1594년 3월에는 왜선 31척이 당항포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캐치하고 근해에서 왜선 10척을 깨부쉈고 당항포에 정박한 나머지 21척도 모두 불태웠다. 두차례에 걸쳐 승전한 것은 장군의 치밀함과 칼날같은 단호함, 결전전략(決戰戰略)의 의지로 가능했다.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칼에 새긴 의지다.

그러나 이날 구절산에서 내려다 본 당항포는 황망하고 을씨년스러웠다. SPP고성조선소에 배 만드는 오렌지 빛의 대형 크레인은 국내 조선경기 불황을 대변하듯 도크는 텅 비어 하릴없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멀리 거제도 쪽에 보이는 STX도 마찬가지였다. 선열들이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현 시국과 경제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제1·2암봉으로 향했다.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카롭고 드센 암릉길이다. 옆으로 몸을 비틀고 로프와 철제난간에 의지하면서 좁은 길을 오르거나 내려가거나 돌아가야 한다.

2암봉 끝에 서면 맞은편에 철마령 철마산이 보인다. 철마산성은 철마산 정상아래 8부능선 부근 자연암벽 사이에 돌을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1호.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둘레 250m, 높이 3m 정도이다. 내산리 고분군(사적 제120호), 양촌리 무덤으로 미뤄 소가야 때 축성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성은 임진왜란 때 남해안과 당항포를 침범하는 왜선의 동태를 살피는 군사요충지로서 활용도가 높았다. 당시 왜의 화살을 막기 위해 방패로 철마 수십 마리를 제작해 세운 것이 계기가 돼 철마산이 됐다. 훗날 왜군이 철마를 훼손해 주민들이 대신 석마(石馬)를 세웠는데 현재 1필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오전 11시 45분, 2암봉에서 반환해 휴식한 뒤 오후 1시 10분 구절산 정상을 거쳐 능선 갈림길로 되돌아 왔다. 능선갈림길에서 백호동굴 방향은 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조경가라해도 도회지에서는 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참나무 가지사이를 휘감는 한줄기 바람, 그 시공간으로 들어오는 새소리 물소리, 발밑에서 나는 작은 생명의 속삭임, 그대로 자연이 내는 화음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와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

이때부터 서너 곳의 바위전망대와 오솔길이 연속된다. 또 차츰 고도가 낮아지면서 사방에 보였던 바다가 산 뒤에 숨는다. 등산로는 오른쪽 폭포암 방향으로 돌아간다. 하산 길은 굴참나무가 자라는 자갈지대. 그 위에 가을의 흔적 낙엽이 덮여 있다.

오후 2시 10분, 샘터와 백호동굴이 나온다. 바위 속 갈라진 틈을 타고 떨어지는 석청수가 비교적 맑고 깨끗하다. 백호동굴은 폭포암에서 산신각으로 이용하고 있다. 내부에는 흰 수염에 쪽진 머리, 긴 눈썹, 도사지팡이를 든 산신이 모셔져 있다. 맞은편 굴참나무 사이로 폭포암 본전이 보이면 산행이 마무리 된다. 더 내려서서 폭포암 옆 용두폭포 아래 바위 밑을 지날 때 위압감이 절정에 달한다. 오후 2시 30분 회귀.

최창민기자


최근 금박을 입힌 약사여래좌상
폭포암과 용두폭포
정상부의 암릉
정상에 오르는 취재팀. 당항포와 거제도 등 사방이 활짝 트이는 전망이 나온다.
바위지대 등산로
바위지대
굴참나무지대

 
흔들바위



 
Screenshot_2017-01-24-10-48-50
불과 몇년 전만해도 건조 중인 배가 많았던 당항포의 한 조선소(사진 위·출처 ‘다음’)모습과 현재는 텅 비어버린 모습
폭포암과 용두폭포
gn20170120고성구절산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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