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과 잊은 것
정삼조(시인)
잃은 것과 잊은 것
정삼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1.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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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조

미국 소설가 토마스 울프의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 하리’가 생각난다. 고향은 부동산 값이 오르고 개발 붐이 불면서 과거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변하여 옛날의 인정 많고 다정한 사람들이 아니다. 모든 것을 돈의 과다와 물질적인 것의 빈부로 층을 지우는 버릇들이 생겼다. 고향에 돌아가도 고향은 이미 없다. 미국 이야기이나 1940년에 울프라는 사람이 밝힌 우리 고향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지금 고향이 존재하는가. 게다가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이미 돌아가셨다거나 언젠가 타계하신다면.

반면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도 만든 바 있는 이청준 작가의 소설 ‘축제’는 고향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치매로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사후 장례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과거의 반목을 잊고 자연스럽게 화해하는 모습을 그렸다. 평범할 수는 있으나 최선을 다해 산 하나의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일 때 사람들은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죽음이라는 큰 것 앞에서는 살아 누리는 모든 것이 사소해질밖에 없는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것은 돌아가신 이가 산 사람에게 남긴 축제다.

제사도 축제다. 축제의 음식은 죽은 이에게 바치는 것이나 산 사람들이 결국 먹는다.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 흥겹다. 내놓고 춤을 추지는 못해도 고함 질러 노래는 못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서로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조상의 제사를 제대로 모시는 사람이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할 리 없다. 다만 그 제사상의 화려함과 소박함이 다를 뿐이다. 화려하든 소박하든 조상이 와서 자시는 일이 없으므로 같을 뿐이다. 다만 그 정성이 문제겠다.

명절을 맞아 귀성을 했든 안 했든,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 어르신들이 생존해 계시든 아니든, 고향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고향은 옛날의 고향이 아니다. 사람들도 달라졌고 환경도 변했다. 정지용 시인도 노래했지 않은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고. 하지만 변한 것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일지도 모른다. 고향은 부모님과 더불어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잃은 것이 아니라 잠시 잊은 것이다.

 

정삼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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