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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대통령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못했나?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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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1  17: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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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석상에서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것을 별로 못 봤다. 세월호 참사 후 문체부 유진룡 전 장관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각료 전원이 사표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른바 ‘괘씸죄’에 적용, 러시아에 출장 중인 그해 7월에 해임통보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그만하세요”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에 ‘쓴소리’ 없는 장관

대통령의 시책에 저항했던 보건복지부 진영 전 장관, 그도 대선공약과는 달리 박 정부가 노인보험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퇴를 감행했다. 유 장관과 진영 전 장관을 제외하곤 고위 공직자들 대부분이 박 대통령 앞에서 고분고분하기만 한 순한 양들이었다.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토론을 유도하는 장관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잘 나갈 때 공직사회 전반적 경직은 ‘대통령의 레이저 광선 때문’이다. 그 광선에 한 번 노출되면 치명상을 입는다. 광선은 여당과 행정부 전체에 광범위하게 투사되기도 했다. ‘무적 레이저 광선’에 주눅이 들었는지 장관들이 시키는 대로 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런 것이 현재 ‘최순실 국정 농단’의 부메랑이 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진행에다 전직 장관, 비서실장, 비서관 등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레이저 광선’은 무한권력이 아니었지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였던 유승민도 맞아 축출됐고, 여당 대표였던 김무성도 그 광선에 일정부분 노출, 시들시들 맥을 못 추고 말았다.

권력(權力)이란 말의 ‘권(權)’은 저울추를 말한다. 달고자 하는 물건의 무게를 알기 위해 저울의 균형을 잡는 추다. 권력은 힘을 나눈다는 뜻이 된다. 권력자는 51%에 만족해야 한다. 박 대통령처럼 여당 공천도, 인사도 다 차지, ‘천하를 독점하려는 자 천하를 잃는다’는 속담같이 된다.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현재 블랙리스트 사건같이 사정기관·정보기관·행정기관 장악과 인사, 예산, 정책 등을 갖고 있어 반대자에게 ‘괘씸죄’ 적용도 가능하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물, 집단, 기업, 지역 등에 불이익을 주거나 냉대하고, 그 반대로 순응하는 쪽에 이익을 줄 수 있다.

조선왕조 시대 역사드라마의 어전회의 장면에서 “전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를 본다. 임금님과 대신들이 국사를 논하는 지엄한 자리에서도 명분이 옳지 않으면 대신들이 망설이지 않고 “전하, 아니되옵니다”라고 직언한다. “전하, 천부당만부당 하옵니다. 거두어 주시옵소서”라고 했다. 임금의 말 한마디면 삭탈관직에다 유배, 투옥, 심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대신들은 굽히지 않고 소신을 펴곤 했다.



“각하, 천부당만부당 하십니다”

“각하, 아니 되옵니다.”, “각하,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거두어 주십시오.”란 어전회의 대신들처럼 의견을 말한 국무위원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란 말이 많았다고 추정된다. 민주주의 시대는 직언을 해도 왕조시대 같은 유배, 투옥, 죽음의 처벌 없이 자리만 내놓으면 되지만 그런 소신장관이 별로 없었다. 왕조시대처럼 총리, 장관, 비서실장, 비서관, 여당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왜 대통령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소리를 못했나. 제왕적 대통령을 다시는 뽑아선 안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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