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수학원대신 공무원시험 학원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대입 재수학원대신 공무원시험 학원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1.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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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준

최근 대학원을 같이 다녔던 친한 동생을 만났다. 이 친구는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림건설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1년 만에 만났는데, 최근 퇴사를 했다고 했다. 대림건설은 업계 1, 2위를 다투는 고연봉과 좋은 복지를 갖춘 대기업인데 왜 1년 만에 그만뒀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보니, 자기는 경북대 로스쿨에 합격해서 대구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특이하게 진로를 바꾸거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면 꼬치꼬치 물어보는 습관이 있다. 이런 정보들이 고등학생의 진로지도를 할 때 아주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게 궁금했던 것은 로스쿨 졸업 후의 진로가 괜찮은지와, 왜 그런 진로변경을 선택했는지였다. 사시가 폐지된 후로 로스쿨 졸업생 대부분이 변호사 시장에 진출하다보니 공급이 많아져서 변호사의 처우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뜻밖에도 변호사의 처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인것 같고 앞으로는 더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대림건설 인사팀에서 근무하다보니 법률지식이 많이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분야에 흥미를 느껴서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최근에 고등학생들은 등록금만 비싸고 나와도 취직도 안되는 대학에 가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차라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공무원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대입 재수학원 대신 공무원학원에 가는 학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요즘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 인문대생들은 1학년 마치면 휴학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게 의례적이라고도 한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사회가 이대로 가도 좋은것인가, 그렇다면 대학을 목표로 해야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사는 어떠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가?라는 정신적 ‘아노미’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떠한 현실적인 논리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흥미와 적성을 최대한 계발해가며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 가도록’하는 조금은 이상적인 길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고집하고 싶고, 그것이 대한민국이 더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성이라고 믿고 싶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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