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제삿날
얘들아,
얘들아 숨이 가쁜 어머니
섣달 초사흘, 초나흘의 경계를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어머니
-손수남(시인)
개밥바라기별 하나 매달고 적막을 밝히듯, 오늘은 초승달 얼굴로 만나는 어머니. 보내드린 시간이 자꾸만 이곳에서 멀어지는 중인데도 삶이 주춤거려질 때마다 왜 이다지 그리움은 깊어지는 걸까. 그러니 어머니는 돌아가셔도 영영 가신 것 아니라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어 무시로 내가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리라. 좋은 날은 좋아서 슬픈 날은 슬퍼서 아픈 날은 아파서 더더욱 말이다.
자연의 질서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죽음’이겠다마는 곁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워지는 어머니라는 이름. 평범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효도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였다. 얼굴에 거뭇거뭇 피어난 꽃들은 죄다 내가 피워 올린 피멍. “그런데 어머니!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어머니도 아셨지요?”/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