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봄은 오고 있는가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일시론] 봄은 오고 있는가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2.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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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옛 등걸에 새 봄이 돌아오니 옛 피던 자리에 피음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시절은 입춘을 지나 매화꽃 피는 새봄을 앞두고 있다. 옛날 같으면 집집마다 대문과 기둥에 ‘입춘대길’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희망찬 새봄을 기대할 즈음이다. 봄의 전령은 역시 매화이다. 삭풍과 모진 눈바람을 이겨내고 마침내 가지에 꽃봉오리를 밀어내고 더없이 향긋한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는 겨울과 봄을 이어주는 전령이다. 비로소 만물이 소생하고 희망이 솟는다. 메마른 가지 초리에 옅은 연둣빛이 감돌면 이내 산수유, 개나리 노란꽃이 피고 보리밭엔 종달새 높이 난다.

그러나 봄을 시샘하는 거센 바람과 춘설로 때론 봄이 봄같지 않은 때도 있다. ‘춘래 불사춘’이라는 말은 옛날부터 봄날의 변덕을 두고 일컫던 계절용어이다. 해마다 써오던 문구이지만 올해는 유독 봄이 봄같지 않을 것 같다. 광화문 거리는 주말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더니 지금은 태극기집회마저 열려 그 주장이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의 결정이 점차 국론분열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언제쯤 이뤄질지 오리무중이고 어느 쪽으로 결정날지도 예측이 어렵다. 분명 국정농단은 맞지만 그것이 탄핵할 정도로 위중한지가 헌재의 판결관건일 성싶다. 불확실성의 세월이고 그 시기가 봄철이니 ‘춘래불사춘’이라 할 만하다.

국내정치가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미국은 트럼프정권이 들어섰고 첫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재임스 매티스장관이 첫 나들이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도 의미가 깊지만 핵전쟁 공중지휘기를 타고 온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미국정부가 지구촌의 가장 위중하고 시급한 문제가 동북아문제인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EU나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영향력이 큰 국가보다는 사드문제와 북핵문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4B라는 그가 타고 온 비행기는 공중에서 이동하면서 핵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상징성이 큰 전략무기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의 반대입장은 분명하다. 사드로 한·중간의 밀월관계도 깨진 듯하다. 교역에 빨간불이 켜졌고 한류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유커들의 한국방문도 그러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엄청난 국론분열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이다. 안보문제와 국론통일이 가장 큰 국정현안인데도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오로지 정권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 세불리기에 급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땅의 지성인들도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뜻을 모으기보다는 줄서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지금은 국난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다시는 권력으로 인한 국가위기가 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고 국가안보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안보의식은 당사자인 우리보다는 미국이 더 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금 정치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권욕보다는 먼저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이 추위가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보다는 불경기와 취업난에 허덕이는 국민을 배려하는 자가 진정한 정치지도자이다. 그 중심에 정당과 국회가 있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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