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지구 반대편 포켓몬 사냥”
“누워서 지구 반대편 포켓몬 사냥”
  • 연합뉴스
  • 승인 2017.02.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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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속출…GPS 조작, 자동플레이 봇 등
 나이앤틱랩스의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원래 야외 활동을 장려하고자 만든 게임이다. 정상적으로는 발품을 팔아서 야생 포켓몬을 잡고, 포켓스톱에서 아이템을 얻고, 알을 부화하고, 체육관에 찾아가 배틀을 벌여야 한다. 게이머들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건강하게 야외 활동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라고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지난달 24일 한국에 출시된 후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레벨을 쉽게 올리기 위해 글로벌위치시스템(GPS) 신호 조작, 자동 사냥, 계정 거래 등 온갖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포켓몬고가 작년 7월 출시된 후 외국에서도 이런 비정상적 이용 사례가 꽤 있지만, 남과 비교하는 경쟁 심리가 매우 강한데다가 사람들의 시간 여유가 별로 없는 한국에서는 이런 꼼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꼼수를 부리다가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제재를 피하는 방법도 인터넷 게시판 등에 널리 퍼져 있다.

 가장 흔한 꼼수 유형은 GPS 신호를 조작하는 앱을 이용해 위치를 속이는 것이다.

 한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GPS 조작’, ‘GPS fake’, ‘GPS 변경’ 등 검색어를 입력해 보면 수십개의 GPS 조작 앱이 나오며, 게이머들은 이를 이용해 GPS 신호를 조작할 수 있다.

 돌아다니는 것이 귀찮고 피곤하면 이부자리에 누워서 포켓몬고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순간이동’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나오지 않는 희귀 포켓몬을 사냥하거나 포켓몬 배틀을 벌여 체육관을 점령할 수도 있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거의 모든 주요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포켓몬고 역시 이런 비정상 플레이를 적발하고 제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GPS 조작이 의심되는 ‘위치의 순간이동’이 발생하면 ‘소프트 밴’(soft ban)이라고 불리는 게임 내 메커니즘이 작동해 일시적으로 게임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상한 활동이 계속되면 계정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잠겨 버릴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정상 사용자가 집 근처에 있는 체육관을 부정 사용자에게 뺏겨서 억울하다며 나이앤틱랩스에 신고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우리 동네 (포켓몬) 체육관에 나 말고는 사람이 분명히 없었는데 누군가 게임 내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체육관을 점령했다. 당시 아무도 없는 근방의 사진을 찍어서 증거 자료로 보냈더니 부정 사용자의 계정이 정지됐다”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외국 위치로는 GPS 조작을 하지 말고, GPS 조작을 할 때는 사람이 걷는 속도 이하로 천천히 조작해야 한다”는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한 팁도 알려져 있다.

 자동으로 게임 플레이를 하는 봇(bot)을 이용해 레벨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무료 봇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도 있다.

 다만 이런 봇을 이용하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구글 계정 암호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이를 암호화하지 않고 평문으로 전송하고 저장하기도 한다.

 작년부터 정상적인 포켓몬고 설치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발견되기도 했다.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계정 키우기’나 아이템 획득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공장’에 맡기거나 포켓몬고 계정 자체를 사고 파는 경우도 있다.

 포켓몬고가 미국 등에서 출시된 작년 7월 이후 인터넷 게시판이나 이베이 등에는 계정 거래를 제의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외국의 게임 계정 거래 사이트에서는 희귀 포켓몬이 많은 ‘만렙’(가능한 최대치 레벨) 계정이 1만 달러(1천100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정 이용 성행이 결국 포켓몬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아이템을 만들어 팔려는 ‘공장’이 생기고 봇 등을 이용해 레벨을 올리는 사례가 흔했다”며 “이런 행위가 만연하다 보면 결국 게임 내의 ‘공정한 경쟁’과 게임의 밸런스를 해쳐서 일반 게이머들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업체들은 부정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밴(사용금지)을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수법도 발달해 근절은 쉽지 않다”며 “포켓몬고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른 포켓몬 게임의 전례를 보면 포켓몬고 역시 언젠가는 플레이어들끼리 포켓몬이나 아이템을 교환하는 기능을 지원할 텐데, 그럴 경우 다른 온라인 게임의 경우처럼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 걸린 포켓몬고 관련 현수막에서 한 시민이 나이앤틱의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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