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아침논단]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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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은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으로 들뜨는 달이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졸업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경상대는 4년 전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예비대학생 150여 명을 대학으로 초청하여 20여 일에 걸쳐 대학 교육을 미리 받도록 하는 ‘New Start with GNU’라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올해는 1월 7일부터 25일까지 학생생활관에서 합숙하면서 GNU인성, 영어, 수학, 화학, 물리학, 글쓰기 입문, 비판적 사고 입문 등 정규교과 강의를 받으면서 학점을 이수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풍부한 문화재원을 이용하여 문화ㆍ역사 체험 프로그램과 1인 1특기를 위한 특기적성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학생들의 사회ㆍ문화 역량에도 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담당 직원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처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귀찮아 하고 힘들어 했지만 마지막에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긍지, 그리고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첫날 생활관에 입실할 때 다소 무거웠던 예비대학생들의 얼굴은 수료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들의 얼굴은 구김살 하나 없었으며, 밝고 활짝 피어난 청순한 청소년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막연한 불안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합격생의 나태함과 신입생의 두려움 사이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모습은 사라지고 강한 자신감을 가진 오롯한 인격체로서 우뚝 서 있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공적인 학교 프로그램으로 널리 자랑할 만하다.

예비대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두 달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생활 전체가 달라진다. 시작의 충실성은 곧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진출하는가를 좌우하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이러한 의미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비신입생들은 이 기간 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독서와 토론, 여행과 봉사, 친구ㆍ선배들과의 대화 등으로 알차게 보내도록 해야 한다.

2월이 졸업하는 달이라면, 3월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시작하는 달이다. 가슴 뛰는 3월을 맞이하기 위한 2월의 준비는 농부가 봄 농사에 들어가기 전에 논밭을 갈아엎어 땅에 생기를 북돋우고 농기구를 벼리는 것과 같다. 직장에 첫 출근을 앞둔 이들이 구두를 닦는 것은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의 표현이고, 그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옷을 다려 주는 것은 마음의 각오를 다지도록 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시작에는 늘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설렘 뒤에는 두려움이나 불안감도 함께 있다. 설렘을 희망과 확신으로 바꾸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준비의 충실성’과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준비 기간이 긴 인생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갈 열쇠가 그 속에서 준비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로 시작하는 모든 이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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