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원도심에도 봄은 오는가?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원도심에도 봄은 오는가?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2.13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 세월을 가진 진주도 여느 도시처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다. 주로 왜구 침입에 대비한 군사요충지로 고려시대 때 이미 견고한 성을 구축했고, 조선시대 왜란 직전에는 성을 확장할 의도로 외성을 쌓기도 했다. 읍성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임금의 위패를 모신 객사가 성 밖인 지금의 진주중학교 근방에 있었는데, 이는 무관과 문관이 성안에 같이 있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시설이 성 안에 밀집해 있어 진주성은 도시의 핵심 랜드마크였다.

서양에서 성벽이 사라진 것은 곡사 대포가 발명되고, 비행기가 군사무기로 등장하면서이다. 하지만 진주성이 훼파된 것에는 이와는 다른 역사가 있다. 일제가 나라를 강점하면서 난공불락이어서 눈엣가시였던 성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떼어낸 돌들은 지금의 교육청과 경찰서 일대에 있던 대사지라는 못을 메우는 데 사용됐고, 이곳은 중앙시장 일대와 더불어 새로운 도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오늘날 원도심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한국전쟁 이후 네 개의 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도시정비사업의 모범적 사례였다.

1970년대에 들어 산업화로 도시형태는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배건너라 불리며 홀대받던 칠암 및 천전지구가 개발돼 진주 산업의 핵심이었던 대동공업사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연이어 상평지구가 조성돼 공단, 시청, 법조타운 등이 이전했고, 가좌나 신안평거 등의 새로운 지역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정촌일반산업단지 등의 다양한 기능의 신흥지구들이 생기고, 특히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 공간구조는 원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됐다. 즉 원도심 하나를 가진 단핵도시에서 다양한 지역이 대등한 모양새를 갖춘 다핵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에 직면한 것은 원도심이다. 도시세력의 분산으로 공동화현상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혁신도시의 등장으로 그 위기감이 고조됐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으로 극에 달하게 됐다. 이러한 와중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것은 도시재생사업이다. 사실 원도심의 슬럼화 현상은 진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극복의 대상이기도하다. 이에 대한 해법은 그 원인을 알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시의 폭발적 팽창과 여러 핵심시설의 도심 탈출은 자동차의 발달이 그 주범이다. 자동차로 떠나버린 도심은 업무시설, 주차건물, 주차장 등이 차지하게 됐고 사람들은 도시에서 소외되고 축출됐다.

이 때문에 원도심 살리기의 첫걸음은 도시공간을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즉 도시를 차 없는 거리, 광장, 마당 등의 친 인간구조로 돌려놓아 그 매력과 상권을 되찾게 하는 방법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진주시는 천년역사광장이나 중앙로 보행자 거리 조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공간의 사용자이며 주인인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다. 계동이나 동성동에서 이전의 원도심 활력과 기운이 다시 슬쩍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은 괜한 봄날의 기대일까.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