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2> 경북 김천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2> 경북 김천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2.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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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모처럼 온천에서 따뜻하게 몸을 데워 피로를 풀고, 새로운 추억을 쌓으려 김천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김천에서 둘러볼만한 곳을 살펴보면, 황악산과 직지사를 비롯한 직지문화공원이 자리한 서부권, 어느 한 지점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수도계곡과 청암사가 있는 남부권, 감문국이 있어 신명나는 풍물이 전해져오며 구름도 자고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휴게소가 있는 북부권, 격조 높은 공연과 전시를 제공하는 문화도시 김천의 랜드마크인 문화예술회관 등이 자리한 도심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리 이야기의 시작은 직지사가 있는 서부권이다.

서울 부산 창원 순천 백암 등에서 차를 달려 정해진 시간에 직지사 아래 한성식당으로 착착 도착하는 친구들과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은 허그와 함께 그간의 삶에 대한 얘기로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우리의 만남을 행복하게 해줄 산채모듬한정식도 차려진다. 연탄불에 구워 특유한 향이 솔솔 나는 고추장석쇠불고기, 식감이 좋은 더덕구이, 도톰한 버섯과 아삭한 오이 등 젓가락 가는 음식마다 토속적이면서 우리 입맛에 잘 맞아 좋다.


 

 


 

좋은 음식으로 몸을 보했으니 적당한 운동으로 편안함 밤을 보내기 위해 직지문화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직지문화공원에는 특별한 것들이 많이 있다. 한쪽 외곽에는 길이 170m에 이르는 전통 성곽과 담장이 공원을 감싸고 있으며, 그 안쪽으로 원형음악 분수가 화려한 분수쇼는 멈춘 채 얼어붙은 겨울밤은 적막뿐이지만, 많은 조각과 시비 등의 야외전시장은 가로등 아래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2000명이 동시 관람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과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락한 휴식공간이 될 만하다. 어둠 속의 삭풍을 헤치며 공원을 휭하니 걸어도 섣달의 긴긴 밤은 어느새 깊어만 간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었지만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에 따뜻하게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으니 개운하고 몸이 가볍다. 아침식사 후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 후 직지사를 찾았다. 고즈넉하게 들어앉은 동국제일가람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조선시대의 정종대왕 어태가 안치되어 있고, 임진왜란 때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비로전의 천불불상 중 벌거숭이 동자상을 제일 먼저 찾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재미있는 전설도 있어, 자식을 볼 수 있는 세대는 아니지만 떡두꺼비 같은 손주라도 얻을 기세로 천불불상을 훑어보는 모습들이 재미있다.

 

 

 

직지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약사여래좌상과 삼층석탑을 비롯하여 사명각 천불전 등이 경내에 있으며, 만세루 밑 계단을 오르면 2개의 석탑이 서있는 대웅전이 남향으로 앉아 있다. 2기의 석탑은 원래 경북 문경의 도천사터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으로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지붕돌의 들린 정도 등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짐작되며 보물 제606호이다. 누구든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근본사상을 품고 있는 직지사는 수많은 탱화와 유물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성보들이 박물관에 모두 소장되어 있어 불교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과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직지사를 내려오며 입구에 자리 잡은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도 찾았다. 재일교포 2세인 복전영자씨가 서양자기 크리스탈 등을 김천시에 기증하면서 만들어진 박물관으로, 박물관의 개관으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도시 김천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진귀한 명품 도자기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는 것도 뜻있는 시간이 될 것이며, 총 3개의 전시실에서 일반적인 전시와 함께 유럽 도자기와 크리스탈 및 유리제품을 전시하고 있고, 영상실에서는 세계도자기의 역사 및 제작과정을 소개하여 관람자에게 도자기에 대한 다양한 식견을 높여 줄 것 같다.

직지문화공원 안의 있는 백수문학관은 2008년 12월 10일 개관하였는데, 196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시조의 선구자로 시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백수 정완영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문학관으로 백수는 그의 호이다. 시인의 숭고한 문학정신과 혼이 깃든 물품과 문학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창작활동을 펼칠 집필실, 자료실, 세미나실, 수장고, 편의시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료실에는 3000여 점의 기증도서가 비치되어 있고, 살아 있는 시조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이제 도심권으로 이동한다. 둘러볼 곳은 많은데 춥다고 칭얼거리는 친구들과 의견을 모아 오늘 답사코스는 줄이기로 하고 시립미술관에 주차를 한 후 먼저 남산공원으로 간다. 남산공원은 1924년 일본들이 대규모 신사를 건립하여 시민과 학생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하던 장소였는데, 1947년에는 배영중학원 부지로 사용되기도 하다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환원되었다. 공원에는 편강렬 의사 순국기념비, 여중룡 의사 순국기념비, 남산루, 백수시비, 문호월 노래비 등과 김천시립미술관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김천시립미술관은 김천 출신 조각가인 박옥순 교수로부터 조각 작품 146점, 고 홍택유 선생으로부터 사진작품 458점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것 외에 미술취미교실, 사진교실 등 시민들의 수준 높은 삶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관계자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있어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자라나는 후학도의 산 교육장으로도 좋은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이제 공원 바로 아래 황금시장으로 간다. 황금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황금동 일대에 장이 서다가 1953년 공설시장으로 개설한 이래 매 5일 10일에 장이 서며, 순대 과일 마늘 고추 배추 등의 농산물을 주로 거래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먹거리와 청과물 소채류 등의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가로변 노점으로까지 혼잡을 이루고 있지만 정겹게 느껴진다.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황금시장에서 청국장 돌솥밥 동태찌개 갈치찌개 등의 맛으로 소문난 갈무리식당을 찾아 제각각 구미에 맞는 음식을 주문하여 서로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서울 부산의 중간 지점인 추풍령휴게소에서 김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시래깃국
천불불상
김천시립미술관
남산루
꿈의 궁전
황금시장
갈무리시장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준공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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