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38)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38)
  • 경남일보
  • 승인 2017.01.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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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38)

추 여사의 상식적인 놀라움에 토를 달만큼 긴장을 푼 양지는 슬몃 미소를 지으며 아는 상식대로 정정했다.

“역사가 제대로 밝혀지기 전에는 논개가 진짜 기생인 줄 알았는데 원래는 기생이 아니고 양가의 딸이었대요. 저도 대강 들어서 알게 됐는데 가난하고 뒤틀린 집안 사정 때문에 최경회 장군의 도움을 받아 한 집에 살면서 몸이 약한 최경회 장군 부인의 수발을 들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 부인이 자기 남편을 모셔달라는 유언을 할 만큼 신실한 성품을 인정 받았던가봐요.”

“진주 기생이 유명하다는 소리는 다 아는 야기다만 참 장하다.”

“논개 말고 또 재물이나 권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출중한 절의를 가진 기생이 있는 건 모르시죠? 내일 거기 가서 얘기해 드릴게요.”

“북평양 남진주라 할 만큼 기생학교도 유명했다는데, 사주팔자가 더러워서 노류장화로 풀ㅤㄹㅣㅆ지만 가무야 인물이야 남정네들 혼을 쥐락펴락한 여자들이니 여중호걸인들 더러 안 있었겠나.”

“아주머니가 그런 것 까지 아시다니 뜻밖인데요.”

양지의 추임새에 대뜸 생기를 얻은 추여사는 신이 난대로 덧붙였다.

“그것뿐일까. 김장철이면 가락시장에서 사 나르던 대평 벗들 무도 안다 뭐. 진양호가 생기면서 그 맛있는 대평 무가 사라진 건 정말 아쉬워. 대평 무씨로 다른 데서 가꾼 무는 그 맛이 절대 안 나는 것도 아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추 여사가 권하는 대로 양지는 밥을 먹고 딸 같은 위함을 받았다.

“오늘은 우선 양지하고 촉석루 구경부터 하는 날로 정하자.”

추여사의 적극적인 다짐에 양지는 다시 암암해졌다. 불확실한 자신의 처지로 보아 어떤 대답을 해야 될지도 난감하다. 양지가 얼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추여사가 성마른 음성으로 재빨리 대안을 제시했다.

“방 얻을 돈 걱정은 하지마. 양지한테 폐 안 끼친다고 말했지? 내가 다 해결할게. 까짓것 우리 살만한 집이야 이런 시골에서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어.”

“추여사님, 전 사실 지금 추 여사님이 제 앞에 앉아 계시다는 것도 실감이 안나요. 그리고 제의하시는 것도 어떻게 제가 받아들여야할지 싶구요. 저 사실은 내일 여기서 떠날 거였거든요.”

줄곧 양지를 곁눈질하며 신나게 조반을 먹는 폼을 짓던 추여사가 돌연히 숟가락을 놓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최 실장, 너 정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니? 네가 도도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매정하리라고 까지는 생각 못했다. 계집들이 어쩌면 이렇게 피눈물도 없는지 모르겠어.”

“추 여사님”

얼결에 추여사 곁으로 다가가서 손을 내밀던 양지는 상대방의 기색에서 뿜어 나오는 어떤 과민한 기운으로 손끝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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