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족쇄벗고 대선 출사표 ‘시기조절’
홍 지사 족쇄벗고 대선 출사표 ‘시기조절’
  • 이홍구
  • 승인 2017.02.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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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변수 고려 공식 출마선언엔 신중모드
‘성완종 리스트’ 사건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난 홍준표 경남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지사는 1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후 홍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했다. 그는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대선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 출마를 묻는 말에 “지금 대선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탄핵 이후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 때 가서 이야기하겠다”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출사표를 던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세력 내부에서도 야권의 대항마로 홍 지사가 대선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 8∼9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조사의뢰로 진행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27.4%)에 이어 2위(8%)를 차지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 지사를 대선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홍 지사와 측근 등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홍 지사는 대선출마 결심을 굳혔지만 공식 출마선언 시기는 다소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탄핵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탄핵인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주위에서 우려도 나온다.

실제 홍 지사는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있지만 탄핵까지 갈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지사는 “태통령 탄핵은 기각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의 무능이 밉다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탄핵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탄핵도 가부 여부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대선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홍 지사는 여야 대권주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출마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선 주자들을 보면 슬롯머신 앞에서 10센트를 넣고 100만 달러를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대란대치를 할 지혜가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토리키재기식의 당내 경선과 헌재 탄핵심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출마행태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친박세력을 거세게 비판하며 친박세력과 확실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것이 친박의 정치적 음모에 당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박을 ‘양박(양아치같은 친박)’이라고 지칭하며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성완종 사건의 본질은 2012년 일부 친박(친박근혜)의 대선자금 문제”라며 “내 사건을 만들어야, 친박 일부의 대선자금이 묻힌다”며 친박계의 비리를 덮기 위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완종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검사가 친이(친이명박)계 실세를 불면 불구속하겠다고 했다 한다”며 “검찰과 딜(deal)할 것을 찾다보니 홍준표를 찍었다. 홍준표는 친박도 아니고 청와대에 부담도 없을테니 찍자 그랬다는 것”이라며 일부 ‘양박’과 청와대 민정이 주도했다고 성토했다.

홍 지사는 “DJ와 노무현 정권 10년을 견뎠는데 박근혜 정부 4년이 더 힘들었다”며 “2012년 재보궐에서 나를 공천주지 않고 일부 양박들이 그렇게 즐거워했고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때는 내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양박 주도로 나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탈당설은 부인했다. 그는 “이 정부의 일부 양박들과 청와대 민정이 주도해 내 사건을 만들었는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사당이 아니며, 이 땅의 우파진영 본산”이라며 “만약 박근혜 사당이었다면 진작 짐을 쌌겠지만 사당이 아니니 쉽게 떠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홍 지사는 친박세력과 박근혜 대통령과는 확실한 선을 그으면서 대통령 탄핵은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타 후보들과도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친박세력은 밉지만 대통령 탄핵은 부당하다’는 것이 홍 지사의 기본 입장이다.

홍 지사의 한 측근은 “홍지사가 대선출마를 결심했다고 해도 공식 출마선언은 정국상황을 지켜보며 하게 될 것”이라며 “시대적 소명에 따라 보수세력의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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