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높은 이유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높은 이유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2.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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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 비만백서’를 발간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성인 한국인 중 약 30%는 비만이었으며, 초고도 비만자도 0.3%(3만6343명)나 됐다. 이런 조사결과는 10년 전에 비해 한국인의 비만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도비만과 초고도비만 비율에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저소득층일수록 비만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높은 것일까.

그 답은 저소득층이 자주 먹는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저렴한 고칼로리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고 운동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비만에 걸릴 것이다. 저렴한 고칼로리 음식은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고 칼로리만 높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맞벌이하면서 집에서 가정식을 먹기 힘든 저소득층 사람들은 양질의 비싼 음식보다 저렴한 고칼로리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를 더 자주 먹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은 과도한 노동시간 등으로 시간자율성이 낮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이 운동하거나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시간관은 비만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진 시간관에 따라 먹는음식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현재 쾌락적 시간관이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주어지는 보상이나 손상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성이 높고(delay discounting), 지금 당장의 즐거움이나 만족을 주는 것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자극적인 음식, 빨리 제공되는 인스턴트 음식, 탄산음료, 알코올을 자주 섭취하고 기회가 있을 때 많이 먹는다. 이로 인해 현재 쾌락적인 사람은 비만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반면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미래에 주어질 보상이나 손상에 대비해 지금 당장 주어지는 욕구충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높기 때문에 미래의 건강과 몸매를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 비만에 걸리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일수록 현재 쾌락적인 또는 현재 운명론적 시간관을 가지는 경향이 높다는 데 있다. 저소득층 사람들 중에 현재 쾌락적인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가진 돈이 적기 때문에 저렴하면서 양이 많은 음식을 찾게 되고 쾌락적 시간관 때문에 자극적인 달고 짠 음식을 ‘단짠단짠’하는 경향이 높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비만에 걸리는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

시간관이 먹는 음식에 영향을 주어 비만율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정부에서 저소득층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칠 때 이들의 식습관만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만족이나 행복을 억제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저소득층 사람들이 미래의 큰 것을 얻기 위해 지금의 작은 것을 포기할 줄 알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최대한 충실히 수행하는 조화로운 시간관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저소득층의 시간자율성을 높여 자신의 건강을 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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