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번뇌, 강건너 불보듯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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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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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스님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펴내
“어느 날 도신 스님이 승찬 스님에게 ‘해탈(解脫)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승찬 스님이 ‘누가 너를 묶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도신 스님이 ‘아무도 묶지 않았다’고 하자, 승찬 스님이 되묻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해탈을 구하는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행불선원에서 만난 월호(月瑚·61) 스님은 중국 선종의 제3조(祖) 승찬(僧璨·?∼606) 대사와 제4조 도신(道信·580∼651) 대사가 주고받은 선문답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최근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란 주제를 다룬 에세이집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쌤앤파커스)를 펴냈다.

“해탈이라는 것이 풀어서 벗어난다는 뜻인데 본래 아무도 묶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아무도 나를 묶지 않았건만 스스로 묶여 있는 것이니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죠.”

이어 스님은 “우리가 번뇌를 움켜쥐고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통에 사로잡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며 “번뇌는 본래 실체가 없고 공허하므로 관찰하면 눈 녹듯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아울러 현상으로서의 번뇌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되레 “스트레스가 없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며 “스트레스가 있어야 관찰할 거리가 생기고 마음공부에 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난초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꽃을 피우는 법”이라고 말했다.

“모든 상황이 좋기만 하면 난초는 꽃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야 후손을 남기기 위해 꽃을 피우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인간도 스트레스가 있어야 깨달음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수저·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스님은 그럴 때일수록 외부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흔히 ‘뭐 때문에 불행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것은 연(緣)일 뿐이고 내 마음이 인(因)입니다. 외부에 행복의 조건을 맞추면 끌려다닐 뿐이에요.”

월호 스님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다 동국대에서 선(禪)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4년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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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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