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면역력
안승빈(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원가관리처 차장)
실패 면역력
안승빈(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원가관리처 차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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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빈

부모는 자식이 내가 한 실수는 하지 않고 항상 꽃길만 걷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식이 젊은 치기에 이것저것 하려고 하면 그 결과가 빤히 보이기 때문에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고 만류하지만, 자식은 고집을 부리며 기어코 하고 만다. 자식이 실패 없이 성공만 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실패도 해보고 실패 면역력이 생겨야 나중에 자식이 독립한 후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평생 자식 옆을 지켜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자식이 아주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고 하면 나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했다 또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조언만 해주고 그 이후는 조용히 자식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이다. 스스로 깨닫고 인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못하는 것이 서툰 것을 지켜보는 것과 기다리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고 조급해져서 결국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식은 내가 못다 이룬 꿈을 투영해서 대신 이루어 주는 나의 대체재, 소유물이 아니다. 자식은 독립된 개체로 나에게 와 준 것을 고마워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물리적으로 독립이 가능할 때까지 부양하는 정도의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 자식이 부모보다 더 나아지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한 마음이지만 과해지면 그것 또한 부모의 욕심이다.

부모의 욕심을 자식에게 투영하지 말고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지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자식에 대한 기대와 희생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식이 부모의 바람을 이루어 줄 수 없음에 실망하고 싸우며 관계만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는데 자식은 이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고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서로에게 불행하다. 자식 중에는 오히려 부모의 희생을 마음의 짐으로 느껴 부모가 하자는 대로만 따르다가 나중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것을 못 주더라도 스스로 행복해야 그것을 지켜보는 자식도 행복해진다. 당장 자식의 실패를 줄여주기보다 실패 면역력을 길러주어 먼 미래에 스스로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는 방법이다.

 

안승빈(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원가관리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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