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우리 사회 ‘핵심가치’, 고민하고 있나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경일시론] 우리 사회 ‘핵심가치’, 고민하고 있나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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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는 미국 산업과 경제를 대표하는 ‘페이스북’ CEO다. 주커버그와 그의 아내는 딸 맥스가 태어나기 1주일 전 ‘모든 사람들이 잠재력을 발현하고, 다음세대 어린이들이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들이 보유한 주식 99%, 현시가 450억 달러(45조원)를 자선재단을 만들어 평생 기부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딸에게 쓴 적이 있다. 그런 주커버그가 며칠 전 이 시대에 페이스북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한 글로벌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반세계화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커버그가 내린 결론은 세계화를 통한 발전이다.



핵심가치, 다양성 존중과 연계

강대국 흥망사를 보면 포용·개방적일 때 흥했고, 배제·폐쇄적일 때 망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배척이 아니라 다양성의 존중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이른바 핵심가치 논쟁이 뜨겁다. 트럼프가 서명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미국 연방법원이 ‘미 전역에서 중단하라’는 첫 판결을 내린 기저에는 미국의 핵심가치와 연계돼 있다. 핵심가치는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집단의 본질적이면서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신념이나 신조다.

우리가 핵심가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조직의 철학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관련 구성원이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조직의 목표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일본·독일이 환율조작으로 미국을 착취했고 미국 시장을 농락했다는 인식에서 4%의 미국경제 성장을 위해 ‘약(弱)달러 만들기’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한 국가의 핵심가치는 ‘국가가 쓰는 돈은 그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낸다’는 예산배정의 원칙에서 알 수 있다.

미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0월~2017년 9월의 2017 회계연도 미국 연방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4.9% 증가한 4조1500억 달러 규모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하나는 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회보장으로 976억 달러의 예산 배정요구다. 이는 미국이 경제회생을 위해 기초체력 격인 국민의 일자리 보장과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보건 및 건강영역에 대한 예산도 꾸준한 증가세다.

한국의 예산을 보면 2017년에 비로소 정부 총지출 ‘400조 5000억원 시대’를 열고 있다. 가장 크게 감소한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5000억원이 줄어든 보건·복지·고용예산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소득세도 최소한의 인상에 그쳤다. 향후 한국사회에 큰 화를 좌초할 수 있는 불평등 해소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염려스러울 정도다. 공평과세, 복지확충에 대한 정부 의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SOC 예산증가가 가장 눈에 띈다. 국방비도 분단된 한국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핵심가치’, 예산편성 기준 되어야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우리사회 핵심가치를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론으로 수렴된 관심의 정도가 국가나 지자체 예산편성의 기준이 돼야 한다. 안정적 국정운영의 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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