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64> 무룡산
명산플러스 <164> 무룡산
  • 최창민
  • 승인 2017.02.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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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의 산 속으로 키 작은 원시림 숨어
▲ 먼곳 지리산 중봉과 천왕봉의 모습이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반야봉 노고단, 또 그 앞 가까운 곳에 대봉산 황석산 거망산 월봉산의 실루엣이다.



무룡산은 남덕유와 삿갓봉, 중봉, 향적봉과 함께 국립공원 덕유산군에 속한 명산이다. 삿갓봉과 중봉사이에 있는 1492m의 고봉으로 겨울철 눈 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 눈과 얼음의 산으로도 불린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계속돼도 이 산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스키어들이 자연 상태의 설원을 즐길 수 있는 한반도 최남단 무주리조트가 있고 얼음이 땅에서 죽순처럼 솟아오르는 향적봉 오수자굴 역고드름도 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난 지금도 얼음과 눈이 산에 박혀 있다.

무룡산 오름길 8∼9부 능선에서 만나는 완만한 산록은 이 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어찌 보면 민둥산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계곡사면을 따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고산 특유의 키 작은 원시림이 형성돼 있다.

안개가 낀 날이면 얼핏 꿈에서 본 듯한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그런 감상적인 생각이 들 때면 눈에 이슬이 맺힌다.

소백산 정상부의 모습을 닮기도 했고 또 제주도의 오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룡산을 품은 덕유산은 1975년 오대산과 더불어 국내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북 무주와 장수, 거창과 함양군 등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있다. 주봉 향적봉을 중심으로 덕유평전 중봉 무룡산 삿갓봉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 지어 솟아 있다.

▲등산로; 황점마을→임도→삿갓재대피소 2.5km 황점 1.7km 안내판→얼음계곡→삿갓샘→삿갓대피소→무룡산방향 첫 봉우리→목책계단 평전→무룡산(반환)→삿갓재대피소→황점마을 회귀(점심시간 및 휴식포함 6시간 30분 소요)

▲오전 9시 30분 황점마을, 20여 가구가 사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황골계곡 옆 임도를 따라 6분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에서 등산로에 접근할 수 있다. 갈림길 좌측에 삿갓재대피소로 가는 등산로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절기는 봄인데 산에는 아직 겨울이다. 계곡은 강직한 얼음으로 뒤덮였고 쪽동백 졸참나무 고로쇠나무는 가지사이에 겨울바람을 휘감으며 해묵은 이파리를 떨었다.

이 코스에는 낙석위험지대가 많다. 바위 갈라짐 현상 때문에 균열의 변화추이를 알 수 있도록 한 눈금자도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실제 언덕이 무너져 낙석이 발생한 곳도 있다.

국립공원에서 등산객에게 알리는 주의사항들이 곳곳에 게시돼 있다. 산행안전을 위한 자가진단체크리스트로 시간 코스 선택 등 체력에 맞는 산행계획을 수립했는지 여부, 메스꺼움과 소화불량 현기증 심장마비 전조증상 등 몸 상태의 체크, 동절기 아이젠 장갑 방한복 여벌양말 랜턴 등 산행장비를 갖췄는지 여부, 식수 음식 기본식량의 준비여부 등이다.

삿갓재 대피소 200m를 남겨둔 쉼터, 과거 심장마비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이다. 산행 중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는 겨울에 들리는 흔한 뉴스. 호흡곤란, 가슴통증, 맥박 불규칙, 안면 창백, 어지럼증, 두통, 구토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119나 국립공원대피소로 연락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유의해야 한다.

등산로에서 ‘퇴근한다’는 덕유산 삿갓재 대피소 직원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인근 적상산에서 실종된 등산객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지리산과 운장산에서 실종된 등산객에 관한 얘기 끝에 나온 말이었다. 그나마 2015년 5월부터 시행한 덕유산국립공원의 입산시간지정제로 인해 사고가 현격하게 줄었다고 했다.

입산지정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등산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국립공원에선 한라산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다. 덕유산의 삿갓재대피소 남덕유산 향적봉의 경우에는 동절기 오전 5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도립공원에도 시행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제도이다.

등산로 좌측 높은 곳에 삿갓봉이 보인다. 시선을 빼앗긴 채 걸어서 능선 대피소 100m 못미친 지점 삿갓샘에 닿는다.

황강발원지인 이 샘물은 황점마을 월성계곡을 따라 빠르게 흐르다 국가 명승 수승대에서 유유자적 느리게 흐른 뒤 거창읍→합천호→낙동강에 합류한다.

이 강은 서쪽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흘러가는 특이한 궤적을 나타낸다. 동고서저형의 한반도 지형에서는 보기 드문 물줄기다. 물은 얼마나 깨끗할까. 지난해 5월 전주시맑은물 사업본부가 채수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질기준을 초과한 항목이 없는 식용수 ‘적합’이다. 특히 수소 이온농도(PH)는 6.3으로 양호했다. 발원샘 물 한바가지를 받아 들이키면 타는 듯 한 갈증이 금세 사라진다. 삿갓재대피소의 식수이다.

오전 11시 28분, 삿갓대피소, 대피소와 휴게시설, 소형 풍력발전기와 친환경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데크로 만든 넓은 평상이 전망대 역할을 한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삿갓재∼무룡산 눈길산행을 시작한다. 생각만큼 눈이 쌓여있지 않아도 응달에는 겨울산행의 묘미를 느낄 만큼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우선 아름드리 고목 군락지가 눈길을 끈다. 노상 비바람이 불어 닥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오랫동안 생명의 끈을 이어온 자연이 새삼 경이롭다. 고목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품격 있는 원시림이다.

고목 군락지를 벗어나면 키작은 관목지대. 이 일대 산림의 훼손을 막기 위해 목책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목책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은 민둥산처럼 보이지만 안부골짜기에는 작은 키의 둥치가 굵은 고목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민둥산에 부분적으로 푸석돌이 박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낮 12시 40분 무룡산 정상, 정남향에 지리산 중봉과 천왕봉의 모습이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반야봉 노고단, 또 그 앞 가까운 곳에 대봉산, 황석산, 거망산, 월봉산의 실루엣, 그리고 오른쪽엔 남덕유산의 검은 벽이 버티고 있다. 남덕유의 웅장함은 해외의 어느 고산에서 느낄 수 있는 황홀감과 같다. 낮은 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조형성이다.

왼쪽 멀리에는 이 산의 최고봉 향적봉과 설천봉이다. 설천봉에 작게 보이는 팔각정자는 무주리조트에서 올라오는 곤돌라의 상부정류장이다.

17년 전 본보 백두대간종주 취재팀은 육십령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 중봉을 거쳐 오후 7시 향적봉에 도착할 때까지 12시간동안 약 24km의 덕유산종주길을 걸은 적이 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마지막구간 동엽령에서 중봉에 오를 때 너무 힘든 나머지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양지바른 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1시 40분, 무룡산에서 반환해 오후 2시 40분 삿갓재로 되돌아왔다.

오를 때 보지 못한 풍경들이 새롭게 다시 보였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목책과 드넓은 산 사면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알프스의 목가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황점마을에 회귀했을 때 오후 4시를 가리켰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무룡산 오름길에서 뒤돌아본 풍경, 고산의 품격이 느껴진다.
삿갓재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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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 오름길의 나무계단
입춘 우수가 지났어도 눈이 많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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