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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초등학생 혼밥족’과 부모교육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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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3  1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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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사회에 혼밥, 혼술, 혼행이 유행이라고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청년들이 취업이 안되면서 결혼도 포기하고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해서 우리나라 저출산 비율이 최악의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점 증가되고 있는 것이 혼밥, 혼술, 혼행의 유행이다. 문제는 어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혼자서 밥을 사먹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초등학생 혼밥족’의 등장이다.

초등학생 혼밥족은 ‘사교육 메카’인 대한민국이 낳은 우울한 풍경인데, 하루에 학원을 몇 개씩 가야하니 학원 근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컵라면이나 햄버거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초등학생 10명 중 8명꼴로 사교육을 받는다 한다.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이 5시간 23분으로 대학생의 4시간 10분보다 더 공부시간이 길다고 하니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도가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초등학생 혼밥족이 생겨나는 것은 과열되는 선행학습의 저연령화 때문이며, 이는 결국 영재고를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심에 기인한다. 사교육에 목을 매는 부모들의 최종목표는 명문대이고, 이를 위해 돌 전부터 사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원에선 ‘네 살도 한참 늦다’고 학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보고서에 따르면 만 2세 아동의 35.5%, 만 5세의 83.6%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을 보면, 만 2세 자녀들의 사교육이 ‘적당한 수준이다’가 69.4%이고, ‘부족하다’가 26.9%로 나타나서 조기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극단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조기 사교육은 아동의 인권과 관련된다. 정신과 의사는 ‘조기에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정서불안이나 부적응 등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며 ‘조기 사교육은 학습을 빙자한 아동학대’라고까지 비판했다. 이는 유엔이 2011년, 우리정부에 “사교육이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열 높은 유대인의 자녀교육방식은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에서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지혜와 문화를 나누는 것이며, 이 때문에 유대인들은 남다르게 성공한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에서 아이들의 학습능력 차이는 가족 간 식사 횟수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나 컬럼비아대학의 연구에서 주5회 이상 가족식사를 하는 청소년이 A학점을 받는 확률도 높고 비행에 빠지는 경우도 적다는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볼 때이다. 우리나라도 전통사회에서 밥상머리교육을 강조한 바 있는데, 아이들에게 가족과의 식사는 신체적 건강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협업, 그리고 네트워크의 시대이다. 여기에 필요한 역량은 변화에 적응하며 학습하는 능력인데, 혼자 밥 먹고 공부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에 가는 교육만으로는 이 혁신의 시대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초등학생 혼밥족’이 학원을 순례하는 현상에 대해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세태를 탓하기 전에 먼저 부모의 생각과 태도가 혁신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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