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고 있는 지구별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앓고 있는 지구별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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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별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지구를 에워싸고 있는 산과 들, 강과 바다는 순결을 잃고 인류문명이 오염시킨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인간의 독선적인 욕망으로 편리한 생활을 위해 문명의 이기로 파헤쳐진 산과 들은 아픈 살점과 뼈마디를 내보이며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과 바다의 병든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대체 인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이기에 자연에게 모진 형벌을 가하는 것일까. 자연은 우리들 목숨의 본향이며 귀의처인 것을….

우리들이 어머니의 모태에 있을 적에는 어머니와 한몸이었다가 이 세상에 나올 적부터 탯줄이 끊기어 나뉘어져 살고 있지만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핏줄은 보이지 않는 탯줄로 이어져 내가 있음으로 하여 어머니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심으로 하여 내가 있어 우리는 한몸을 이루고 있음을 안다. 흙에서 움터 진화돼온 생명체가 인류라면 대지는 우리들 목숨의 시원이며 어머니인 것, 같은 대지에서 자란 숲이나 풀잎, 들짐승, 날짐승도 다 함께 목숨 있는 것은 우리의 형제이며 자매인 것이다.

우리가 여기 있음으로 하여 자연이 거기에 있고 자연이 거기 있음으로 하여 우리가 여기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은 한 탯줄로 이어진 목숨이다. 자세히 바라보면 우리들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사이에도 탯줄이 보인다. 하늘의 구름은 비를 내려 우리 몸의 수분을 공급하고 땅과 햇빛의 은총 없이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문명은 급진하여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지구의 황폐화를 가속시켰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는 자구의 온난화현상을 일으키고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불어나는 엘니뇨 현상 등 수많은 이변은 앓고 있는 지구의 신음소리가 아닐까.

자연의 피해는 생명에게 이어져 생태계를 위협하고 인류에게도 병해와 파멸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물과 전기를 아껴쓰고 음식쓰레기 줄이기, 세제 많이 쓰지 않기, 오폐수 흘려보내지 않기 등으로 작은 자연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이 세상 잠시 소풍 왔다가 돌아가야 할 목숨들이기에 생명이 있는 동안 빌려 살다가 자손에게 물려줄 이 자연환경을 지키는 일은 우리들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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