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의 주역 ‘도조 히데키’가 토한 궤변
침략전쟁의 주역 ‘도조 히데키’가 토한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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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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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A급 전범의 증언’
 1947년 12월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한 남성이 피고인으로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1884∼1948). 일본 총리대신으로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일본군을 지휘한 인물이다.

 육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난 도조 히데키는 육군유년학교, 육군사관학교, 육군대학을 거친 전형적인 엘리트 군인이었다. 그는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기 두 달 전인 1941년 10월부터 1944년 7월까지 총리대신 겸 육군대신을 맡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자살을 시도했다 실패한 도조는 이날 재판에서 전쟁이 자위의 수단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독일·이탈리아와의) 삼국동맹 조약 체결 목적은 세계대전이 동아시아에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있었다”면서 “(전쟁은) 가진 나라로부터 자국을 지키기 위한 수단, 당시 국제 정세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침략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해 ‘A급 전범’으로 분류된 도조 히데키의 도쿄재판 과정을 모두 정리한 속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출판사 언어의 바다가 처음 우리글로 옮겨 출간한 ‘A급 전범의 증언’이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전쟁범죄의 피의자로 몰락한 도조가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바는 크게 두 가지였다. 전쟁은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과 일왕(천황)에게는 전쟁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도조는 참전 이유를 설명하면서 “세계 또는 일부분을 정복하려는 계획은 없었다”거나 “미국, 영국, 네덜란드와의 전쟁은 이들 국가가 도발해 벌어졌으며, 일본은 자존을 위해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기이한 논리를 폈다.

 일왕에 대해서는 “천황 폐하는 자유의사로 내각과 통수부의 조직을 명령하지 않는다”며 “개전 결정 책임은 내각과 통수부 해당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국 신민이 천황 폐하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모순된 말을 하기도 했다.

 도조는 재판정에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1948년 1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12월 교수형으로 처형됐고, 1978년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됐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아베 총리가 도쿄재판은 승자의 판단에 의한 단죄라고 주장했지만, 도조 히데키를 심문한 검사들은 예의를 지키며 변론의 기회를 최대한 부여했다”며 “속기록을 보면 법정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언어의 바다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이번 책을 펴냈다. 300여 명에게서 760만원을 모았다.

 강신규 언어의 바다 이사는 “다음 책으로 전쟁 기간에 천황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기도 고이치(木戶幸一)의 재판 속기록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익금이 생기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병찬·송연지·강신우·서라미 옮김. 508쪽. 2만 2000원.

연합뉴스



 
신간 ‘A급 전범의 증언’.
1947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가 증언대에 서 있다. 그는 이후 재판의 결과에 따라 교수형을 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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