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에 대하여
정삼조(시인)
평등에 대하여
정삼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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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조(시인)
성급한 매화는 벌써 지기 바쁘고, 목련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봄이 왔고, 봄이 갈 때가 내일 모레인 것 같은데 세상 일이 왠지 답답하다. 풀지 못한 일이 풀리지 않을 것도 같고 채 맺지 못한 인연도 부지기수일 것 같다.

이런 때에는 가벼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예를 들자면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답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부유한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실행한다. 그리고 같은 책 속에 있을 ‘바보 이반’ 같은 소설. 정직과 성실을 미덕으로 내세운 이 민담 같기도 하고 우화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를 잠시 따뜻한 봄 속으로 이끌어 줄 것 같지 않은가.

아니면 좀 양이 많고 무겁기는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어떨까.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듯한 이 소설의 주인공 장발장은 잔인한 세상에서 미리엘 주교의 사랑으로 인해 구원을 받은 후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혹독한 징역살이와 그 뒤에 다시 자기로 오인 받아 누명을 쓴 사람을 위해 스스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받은 후 탈옥한 이 죄수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에 맞서는 국가 권력과 잔인한 처벌을 상징하는 형사 자베르는 장발장이 보인 사랑의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살한다. 빅토르 위고가 그리고자 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밤에는 쌀쌀하지만 봄 햇빛이 찬란하다. 곧 봄비도 내리리라. 이 비와 햇빛 속에 만물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혜택을 받았을지라도 그 중에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더 예쁜 것도 있고 좀 못난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 어떤 것은 큰 것 옆에 있어 아무래도 볼품이 없고 나무그늘 아래 있어 햇빛을 덜 받았다. 그래도 그것들은 생명 있는 것들이고 당당한 자연계의 일원이다.

그리고 위 소설들에 보면 못난 것들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위대한 작가들이 꿈꾼 세상은 물질적으로 꼭 같지는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꼭 같이 존중받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정삼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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