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5)
  • 경남일보
  • 승인 2017.01.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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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5)

노파들은 자꾸 그럴 줄 알았더라면 이라는 아쉬움 찬 말로 양지의 심장을 긁었다. 이유도 모른 채 나오는 대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얕은 소갈머리에 짜증이 났다. 제멋대로 소문을 만들어서 고향에 대한 어린 날의 기억들을 산란하게 만들었던 장본인들.

양지는 노파들에게 날선 눈길을 보냈다. 어떻게든 그들의 입을 막아야 했다. 양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정자어멈이 먼저 손에 든 가방을 내밀었다.

“이것 봐라. 금어치가 솔찮던데 자기가 가고 나모 니 주라꼬 저 냥반이 우리한테 맡긴 기다. 간다는 말이 설마 저리 갈긴 줄 알았나.”

정자어멈이 부엌에 두었던 추 여사의 가방이었다.

“간다캐도 차 타고 왔던 길로 가는 줄 알았제 죽는 길 가는 줄 니가 알았나 내가 알았나.”

옆의 노파도 추여사와 같이 밤샘한 것을 증언하며 같이 덧붙였다.

“아주머니 그건 제가 받을 게 아니고 주인을 돌려줘야 돼요. 그래서 제가 어서 가시라고 저 분한테 그런 깁니더.”

“봐라, 우짜모 저 어매하고 저리 똑 같을꼬. 사램이 우떨때는 은근슬쩍 봐주고 덮어주는 것도 좀 있어야제. 우찌그리 콩 난데 ㅤㅍㅗㅌ 난데 다 가릴 끼고. 사람 목심 보다 더 귀한 기 세상에 어데 있더노.”

양지는 어이가 없었다. 제 앞가림 잘하는 냉정한 성정으로 추여사의 범죄를 배척한 논리는 어느 결에 자살방조 내지는 자살교사로까지 몰리고 있었다.

어떻게 소문이 돌았는지 이웃동네 사람들까지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정복을 입은 경찰도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앞 진입로를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이 뜻 안 한 봉변을 어떻게 할까. 양지는 어릿거리는 손가락으로 정신없이 앞에 놓인 전화기의 번호판을 눌렀다.

“오빠, 어서 좀 와주세요. 어서요!”

울음이 잔뜩 실린 출렁거리는 음성으로, 양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신호음만 떨어진 송화구에다 대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고종오빠의 연락을 받고 강 사장이 도착한 것은 추여사의 부검이 끝났을 무렵이었다.

담당 형사가 돌아가고 양지는 힘없는 걸음으로 준비 되어있는 영안실로 돌아왔다. 뒷모습이 낯익어 보이는 어떤 여자와 퍽 난감한 표정으로 무엇인가 설명을 하느라 애쓰고 있는 고종오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오셨네”

양지를 본 오빠가 조금 비켜서자 등을 보이고 서있던 강사장이 휙 돌아보았다. 양지는 순간 안색이 굳어졌다. 싫지만 또 많은 설명을 해서 자신을 옹호해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턱없는 오해와 누명을 쓸게 분명하다. 예상대로 강사장의 얼굴에는 의혹과 반감이 굳게 서려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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