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미혼여성은 부인과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교수)
[객원칼럼] 미혼여성은 부인과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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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외래로 대학 입학식을 앞둔 학생이 방문했다. 언제부턴가 아랫배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배에 살이 찌나 싶었는데 생리가 점점 불규칙해지고 평소에도 질출혈이 조금씩 묻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차일피일 미루다 복통이 너무 심해 엄마와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초음파검사에서 난소에 혹이 발견됐으며 난소절제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또 40세 미혼여성은 참을 수 없는 생리통으로 왔다. 자궁에 선근증과 근종이 발견됐는데 자궁절제술이 필요한 경우였다. 환자는 성경험이 없었기에 산부인과 검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내과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돼 산부인과로 의뢰된 경우였다. 이와 같이 최근 청소년뿐만 아니라 30~40대 미혼여성들이 부인과 질환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증가되고 있다.

산부인과는 결혼 후에나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선입견으로 사춘기, 미혼여성이 조기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궁이나 난소 이상은 성경험 이전부터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혼여성들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권유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10대 여학생 가운데 약 40%가 각종 부인병에 시달리지만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는 5% 미만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생리통, 생리불순, 질염으로 조사됐으며, 이처럼 많은 젊은 미혼여성이 부인병에 시달리는 이유는 환경과 생활 변화, 스트레스의 증가 등 총체적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미혼여성들이 걸리기 쉬운 부인과 질병에는 자궁내막증, 자궁내막 이상, 난소 종양 등이 있으며 난소암 가능성을 보이는 종양 표지자가 정상치를 웃도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자궁근종이 청소년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질염이 지속돼 골반내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자궁경부암은 최근 성생활 연령이 낮아지면서 20대 여성도 안심할 수는 없게 됐다. 청소년기에는 생리불순도 자주 발생하는데 생리기간에 나오는 정상적인 출혈 외에 질출혈이 있는 경우이다. 주로 호르몬 불균형으로 발생하지만 자궁이나 자궁경부, 질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생길 수도 있고 임신이나 자궁외 임신인 경우에도 있을 수 있다. 성관계 후 출혈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등 심각한 질병의 초기증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봐야 한다.

자궁과 난소에 관련된 부인과 질병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출혈, 복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이다. 부인과 검진에서 주로 시행되는 초음파검사는 난소·자궁체부 이상을 검사할 수 있다.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는 자궁경부암을 검사하는 선별검사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10대라도 성관계가 시작된 여성이라면 최소 1년에 한번은 검진받는 것이 좋다. 가정 행복의 근간이 되는 여성의 건강은 기혼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미혼여성에서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인과 검진에 대한 사회의 선입관과 불필요한 검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딸을 둔 어머니의 역할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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