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6)
  • 경남일보
  • 승인 2017.01.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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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6)

인사를 먼저 하기도 전에 강 사장이 급한 성격을 내보이며 내닫듯이 양지 앞으로 다가섰다.

무슨 말부터 해야 될지 입이 열리지 않아 양지는 우선 목례부터 했다. 먼 길을 허둥지둥 달려오느라 경황없었을 깐에도 강 사장의 신수는 여전히 훤했다. 만사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었다. 추 여사의 말대로라면 부도난 회사 일 때문에 죽을상으로 찌그러져 있어야 옳다.

궁지에 몰린 듯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양지가 딱해 보였는지 오빠가 잠깐 보자는 눈짓을 보낸 뒤 밖으로 나갔다.

“잠깐만요, 화장실에 좀….”

곁에 있는 의자를 가리켜 강 사장이 앉기를 권한 뒤 양지는 오빠를 따라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오빠가 양지의 팔을 잡고 저만큼 문에서 먼 위치로 옮겨가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동생이 말 잘해야 되것다. 일이 좀 이상하기 된 모양인데, 까딱하면 소송 날지도 모르겠다”

“무슨 뜻이죠?”

“오해를 많이 하고 온 모양이라. 송미양장인가, 그랬제? 강사장 아는 여자 남편. 강사장이 보증을 섰다가 재산 다 날리게 됐다는 말도 그 아주무이가 잘못 안기란다. 보증을 서는데 반대를 했겠지. 들어앉아 살림만 사는 사람 눈에는 불안도 했을 거니깨.”

“오해라니요. 내가 돈을 훔쳐 오라고 시키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자기 눈으로 확인 안 한 일에는 누구나 오해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돼.”

“그렇지만.”

“물론 알지. 답답할 정도로 곧은 사람인거는 사장도 인정은 하더라만, 사람 일이란 기 꼬이기 시작하모 또 옥앵이 바짓가랑이 꼬이드키 배배 꼬이는 법이라.”

“옛날부터 전, 제 이익 보려고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얍삽한 수법 쓰는 거 제일 싫어했어요. 추여사가 나타났을 때도 당연히 그래야잖아요.”

쉿. 영령이 된 추 여사에게 예의 안 되는 언사는 하지 말라는 듯 오빠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잖아도 양지 혼자 고심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뜻밖에 나타났던 추 여사로 인해 당혹스러웠던 이야기를 하고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숨김없이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결백은 증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곧이곧대로 말해 버리고 나면 자신이 추 여사를 죽인 것 같은 죄책감이 꼭 가벼워지지만은 않을 것 같은 묘한 구석이 남았다.

“아무튼 당한 일을 우떻게 현명하기 처리하느냐에 따라 서로간의 오해도 덜어지게 될 거라. 고인의 일만해도 동생이 원하지도 않은 엉뚱한 방향 아이가. 잘 받자해주지 그랬다는 동네 아주머이들 말씀도 통 일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사람이 외로울 때 걸리는 고독이라는 병도 있잖나. 참 저 양반이 묵던 우울증약이 가방에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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