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태극기, 그리고 소나무
정영효(객원논설위원)
촛불, 태극기, 그리고 소나무
정영효(객원논설위원)
  • 정영효
  • 승인 2017.03.0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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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촛불을 들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탄핵 인용을, 반대쪽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양쪽의 상징적 노래에는 소나무가 등장한다.

▶소나무는 한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이자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태어날 때 솔가지로 금줄을 치고, 소나무와 관련된 음식을 먹으면서 살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일생을 보내고, 소나무로 만든 관 속에서 이승을 마친다. 우리는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다가, 소나무에 죽는 것이다.

▶소나무처럼 우리 생활에 물질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나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소나무문화권에 살고 있다고 한다. 소나무는 고금 이래 노래는 물론 시·시조, 그림 속 단골소재이다. 정중하며 엄숙하고 과묵하며 고결하며 기교가 없고, 고요하며 항상 변하지 않고 주변을 배려하며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우리 민족의 심성과 닮아 있다.

▶비바람, 눈보라와 같은 역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는 숱한 외세의 침입과 지배를 받아 오면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한민족의 기상과도 같다. 탄핵 정국으로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 지금의 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나무의 고결함과 엄중함, 포용력, 배려심이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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