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0 (349)
“난들 목석이야?. 가만 있겠느냐구. 공과 사를 분명히 하라고, 솔직하게 대판 싸웠지. 네 공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야. 그렇지만 주제넘게 나서서 우길 일이 따로 있는 거 아니야? 언제부터 이것들이 나만 따돌리고 저들끼리 짰어, 싶었지. 이런 말 이제 와서 해봐야 그렇지만 내가 어떤 며느릿감을 원했는지 최 실장도 알아. 내가 또 그만큼 언질을 주고 기회를 줬는데도 최 실장 본인이 오불관언인데 내가 어떻게 해. 본인은 아무 티도 안내는데 에미도 친척도 아닌 지가 뭣 때문에 그렇게 나서느냐고 듣기 싫은 소리도 내가 했지. 한 건 했다고 한다. 나 그렇게 속 좁고 세상모르는 년 아닌 거 너도 알잖아. 죽을 려고 맘이 변했다해도 난 너를 용서 못해. 그리고 최실장 너도 용서 못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면 당연히 부고를 해야지. 나를 쌍으로 나쁜 년 만든 못된 년드을-”
점점 고조되는 취기에 편승하여 강 사장의 화풀이는 이를 갈 듯 한 억양으로 걷잡을 수 없어졌다. 비감해야할 영안실 분위기는 벽에 울린 강 사장의 분노에 찬 음성으로 어지럽게 흔들렸다. 이때 올곧잖은 기색으로 호남이 끼어들었다.
“듣자듣자 하니깨, 에나 너무 하시네요. 우리 언니요, 아무리 사장님네 회사에서 밥 빌어먹은 과거가 있다 캐도 돈이 다가 아닙니다“
아뿔싸, 하여 양지가 가로 막았으나 말린다고 금세 꺾일 만큼 호남의 뚝심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호남은 양지를 밀어내고 더욱 강 사장 앞으로 다가들며 투사처럼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얘, 니가 와 이라노? 가만히 안 있고.”
양지는 있는 힘을 다하여 호남을 끌어냈다.
“호남아 이러지 마. 니가 이럴 자리가 아니다.”
양지는 호동그렇게 바라보는 강사장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강사장은 이내 잊어버린 듯이 술병을 다시 끌어 잡았다. 양지는 강사장의 손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컵을 잡았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강사장이 손을 뿌리치자 두 사람의 몸에 술이 마구 흩뿌려졌다.
“그만하세요 이제.”
“아니, 마실 거야. 취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어.”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죽은 자의 영령이 버티고 있을 지도 모르는 엄숙한 자리건만 추 여사의 이야기를 험구에 가까운 어조로 쓰러져서 정신을 놓을 때까지 늘어놓을 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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