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목소리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시(詩)의 목소리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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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예술은 미에 대한 추구이며 아름다움은 선(善)으로 통하는 길이다. 모든 예술의 기본정신은 동일하다고 보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예술인들의 삶에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비단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예술에 관한 것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그 기본정신이 진, 선, 미에 이르는 공통분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문학 장르가 시정신(詩精神)으로 시작해 이뤄진다고 볼 때 시는 문학의 핵이며 인간의 마음속에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꽃이다.

문학예술은 문자로 표현되는 예술이지만 시는 문자로 엮어진 글 이전의 마음이며 말이나 문자로 끝내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문학예술의 궁전은 들어갈수록 심오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자석처럼 우리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것은 과연 무엇에 기인하는 것인가. 시는 우리 눈에 고인 눈물을 말려주고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아무리 위대하고 존엄하다고 한들 물질을 관통하는 영혼의 전류를 일으킬 수 없으며 시는 상상의 힘으로 만상 속에 숨어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을 가진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시가 사라진 것은 물질의 그늘 때문일까. 인간이 물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탐욕이 생기고 물질의 공해가 시작됐다. 물질이 커지면서 시인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제 잃어버린 시를 찾아나서야 할 때다. 뭇사람의 가슴에서 시가 깨어날 때 비로소 하늘이 맑아지고 별이 보이며 물이 맑아지고 대지도 깨끗해지리라. 시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미소. 우리 가슴에 사랑을 불어넣어 우리를 거듭나게 한다.

또한 시는 만상 속에 숨어있는 그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므로 시의 목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큰 목소리이며 제일 낮은 음성으로 큰 것을 움직인다. 인간의 영혼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정신의 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퍼질 때 모든 죄악은 사라지는 평화가 이뤄지고 낙원이 될 것이다.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예술은 봄비처럼 촉촉이 젖어들어 꿈의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를 꿈꾸며 머지않아 봄꽃이 만발할 때를 즈음하여 인간의 아름다운 영혼이 피워 올린 예술을 모든 이가 시의 목소리로 가까이 들어줄 것을 바란다.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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