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달맞이 꽃(이영자)
철없이 어린 것 나그네길 나서니
그렁그렁 넘치는 이슬 눈동자에 담고서는
기다릴게
너 돌아올 그때까지 여기서-
역까지 따라나와서
막막한 앞을 밝혀주던 그가
세상 길목 이리저리 헤매다
해질녘에 돌아서는 고향역 마당가에서
여기야!여기!
오래되어 낯설까봐 미리 와 기다리는
헤벌쭉 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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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 갖는 관념은 어쩐지 만나는 반가움보다 별리의 아쉬움과 애절함이 더 강한 것 같다. 회벽의 시골 역사 안에는 둥그런 시계가 걸려 있고 옥수수가 키를 키우고 달맞이꽃이 도란이 앉아 저 건너편에 어린 것의 눈물을 훔쳐보고 있다. 간수는 깃발을 내리고 열차는 떠나고 여기야 여기 돌아오는 이들을 기다리고 반기는 달맞이꽃의 마중이 화자(시인)이기도 하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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