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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3.15 민주성지 탐방로와 마산무학초등학교 담장
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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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9  17: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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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해인대 교수를 역임한 언론인 한원구 선생의 마산추억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기억과 흔적에 대한 그분의 애정을 알고서 너무나 반가웠다. 46년전 어느날, 한원구 선생은 3·15 발포 현장인 무학국민학교의 블럭 담장이 조만간 헐리게 될 거라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 담장에는 3·15 가두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쏜 총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안타깝게 생각한 한원구 선생은 제20대 마산시장 안재홍(1968.5~1970.12)을 찾아가서 총탄 흔적이 있는 벽돌 몇 장을 소중하게 보관하여 후일 마산 민주화운동사의 산 증거로 삼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안 시장은 즉석에서 ‘큰 일 날 소리’라면서 펄쩍 뛰었다고 한다. 한원구 선생은 만약 당시의 마산시청 민원실에 그 벽돌이 진열되었다면 마산이 한국민주주의 진원지로서의 위상이 확실히 확립되고 그 정통성이 증명되었을 것이라면서 못내 아쉬워하였다.

지난 2016년 11월 14일 창원시는 부마항쟁, 3·15, 4·19기념사업을 포함하는 민주성지 선양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사업 중에는 무학초등학교 총격담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물은 벌써 없어졌다. 뒤늦게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나서서 2014년 10월에 위치를 조금 옮겨서 몽고간장 창업지 옆에 새 담장을 재현해놓았다.

1960년 3월 15일, 민주당의 선거무효선언과 함께 시작된 시위는 오후 7시 개표장인 시청을 향하였다. 그러나 경찰의 총탄, 최루탄에 의한 유혈전으로 시청 앞에서 밀려난 청년, 학생들을 비롯해서 창원군청, 남성동파출소 등지에서 동시다발로 시위를 벌였던 시민들이 무학초등학교 앞길에서 합류하였다. 이들은 전주와 시멘트로 된 방화수용 물통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쳤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도경 진압부대 200여명이 도착했다. 그들은 바리케이트를 친 무학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다가가 총격을 했다. 청년, 학생들은 무학초등학교 안으로 몸을 숨기고 학교 담벼락 뒤에 숨어서 저항했다. 살기등등해진 경찰은 시위대가 숨어있는 학교 담장에다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한동안 총탄을 퍼부었다.

그날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시인 김용호는 그의 시 <3·15>에서 ‘거리 거리에, 골목 골목에 아우성은 피가 되어 쏟아졌다. 장군천(將軍川) 앞에서, 몽고정(蒙古井) 갈림길에서 활활 타오른 억센 젊음이여!’ 라고 했다. 시인 김춘수가 그의 시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에서 ‘1960년 3월 15일 너는 보았는가. 야음을 뚫고 나의 고막도 뚫고 간 그 많은 총탄의 행방을….’ 말하고 있는데 그 총탄의 흔적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비록 복원해놓은 담장이긴 하지만 이곳에 서면 귓가에 시위대의 아우성과 경찰의 총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인 김태홍은 그의 시 <보았느냐! 들었느냐!>에서 우리들에게 ‘저주(咀呪)들, 3·15 여기 마산의 아우성을, 피를, 다들 보았느냐! 들었느냐!’ 라고 묻고 있다. 시인 추창영은 그의 시 <마산의 삼월을 마산사람은 알고 있다>에서 ‘무학국민학교 담벼락은 뚫린 총탄 구멍으로 바람이 샌다. 합포만 밤바다 상처 입은 괭이갈매기 울음을 누가 듣는가’ 라고 했다. 시인 김근숙은 그의 시 <그 해 삼월>에서 ‘무학국민학교의 담벼락 총탄으로 어지럽게 뚫린 구멍, 구멍들은 활화산의 분화구가 되어 그 함성이 3월과 4월에 울려 퍼졌다’고 했다. 시인에게 무학초등학교 담벼락의 총탄구멍은 상처이고 분화구였다. 더 이상 다른 담장과는 같을 수가 없다.
 
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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