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고독과 사색
[월요단상] 고독과 사색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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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자기 성찰을 위해서는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장소가 요구된다. 조용한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바로 성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은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찾는 길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응시하고 조용히 인생을 명상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고독과 사색의 시간을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구원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마음껏 꿈을 꾸며 즐길 수도 있다. 상상의 날개를 타고 감미로운 분위기 속에, 즉 내가 나하고 대화하며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맑고 밝은 것을 좋아하는 자는 좋은 꿈으로 가장 좋은 세계를 그리며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갈 수 있다. 그러나 꿈은 어디까지 꿈이며, 현실은 아니기 때문에 이념에 대한 꿈과 이상에 대한 도취는 바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고독을 사랑하고 기리는 것도 고독이 진지한 사색을 위한 정신의 터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독과 사색을 즐기며 함께하는 사람이 진정 인생의 참다운 멋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사람의 품위나 품격도 타인과의 접촉에서 원만해진다고 봐야 한다. 마음의 바탕에 까탈이 많거나 표가 나는 사람도 상호 접촉하는 가운데서 원만한 성격도 인격도 형성된다. 우리의 정서 중에서 가장 깊고 고상하다고 할 수 있는 고독을 잘 알아야만 인생을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남과의 의사 전달이나 정보를 유통하는 사회적 실존이기 때문에 오직 고독에서 벗어나 현실의 생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찾기 위해 고독의 세계를 갖는다 해도 우리는 고독 속에 살아갈 수는 없다. 생명적 공감의 따뜻한 인간적 대화 속에서 행복할 수 있고 생의 보람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고독은 정신의 산책처(散策處)일뿐 영원한 안식처는 아니다. 다만 인간에게는 사색과 자기 성찰을 위해서 고독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봐야 하며 또 그 고독 속에서 혼자 견딜 수 있다면 진실로 지혜로우면서도 정신력까지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혼자 있으면 많은 사람이 그립고 사람 속에 있으면 고독이 그립다. 홀로 있을 때 고독할 뿐 아니라, 알지 못하는 군중 속에 섞일 때 한층 고독을 느낄 수 있다. 서로 따뜻한 대화를 잃어버릴 때 인간은 고독하기도 하지만, 낯선 군중들 속에서 다른 나라 사람처럼 느낄 때 더욱 고독의 슬픔과 설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고독을 아는 자는 고독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독을 배척하기보다 즐기고 사색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거듭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의 삶이 여유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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