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하기 힘든 나라
대통령하기 힘든 나라
  • 이홍구
  • 승인 2017.03.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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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창원총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라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부적절한 발언이었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혹자는 대한민국은 1명의 대통령과 4999만명의 왕들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했다. 그만큼 국민의 기가 세고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무능한 대통령과 성질 나쁜 왕이 결합하면 나라는 산으로 간다.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 탄핵과정을 찬찬히 복기하면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권력과 파벌, 음모와 배신, 치정과 부패, 심지어 내연관계와 출생의 비밀까지…. 이 막장 드라마를 보며 전 국민은 넋을 놓고 말았다. 경고음은 그쳤고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았다. 언론과 찌라시의 경계는 극적으로 허물어졌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

▶심리학에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란 용어가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같은 인식오류에 빠지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결국 편 가르는 진영논리와 선전·선동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촛불은 ‘사악한 마녀’로, 태극기는 ‘고난의 잔다르크’로 규정했다. 갈라진 광장에서 팩트는 증발하고 서로에 대한 분노의 확신만 남았다. 모두가 ‘나만 옳다’는 ‘확증편향’에 빠져 지도자를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출발부터 대다수의 반대자를 안고 가야하는 다음 대통령의 입에서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올까 두렵다.

이홍구(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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