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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대통령 탄핵, 새로운 국가질서를 세우자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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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21: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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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는 정치적으로 추방해야 할 사람이름을 조개껍데기나 도자기 파편에 써서 제출하는‘도편추방(陶片追放)’법을 썼다고 한다. 근대적인 의미의 탄핵이 처음 제기된 것은 1376년 영국 에드워드 3세의 측근 장관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탄핵소추는 하원, 탄핵심판은 상원에서 하는 관례가 생겼다. 18세기 이후에는 하원을 중심으로 내각책임제가 정착되면서 탄핵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미국에서도 탄핵심판은 매우 드물다. 남북전쟁 직후 혼란기인 1868년 애드루 존슨 대통령이 하원 법사위에 의해 탄핵 심판대에 올랐으나 상원에서 1표 차이로 부결됐다.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닉슨 대통령은 탄핵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사임했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성추문 사건 조사를 방해하고 위증했다는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지만 상원 표결에서 살아났다. 사생활 문제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 덕분이었다.

탄핵제도의 두 기둥은 소추와 심판이다. 나라마다 탄핵할 수 있는 탄핵소추권과 심판하는 탄핵심판권을 가진 주체가 다르다. 양원제 국가에서는 주로 하원이 소추, 상원이 심판을 담당한다. 일본에서는 탄핵재판소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등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심판권을 갖는 구조다.

조선시대에도 탄핵은 있었다. 탄핵이란 용어는 ‘경국대전’의 사헌부와 사간원 규정에 나온다. 부정을 저지르거나 법을 어긴 관원의 죄를 묻고 파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소문만 앞세운 풍문탄핵도 많았다. 탄핵을 받으면 곧바로 직무수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다. 조선 후기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 사건도 세자의 장인과 대립한 세력의 탄핵이 발단이었다.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도 탄핵이 발의됐다. 국제연맹 위임통치 청원문제로 갈등하던 임시정부 의정원이 1925년 이승만 임시대통령을 탄핵했다. 이때 물러난 이승만은 1948년 국회 선거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올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과 측근 비리로 탄핵소추됐다가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회생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촛불을 앞세운 시민들이 주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후진정치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탄핵 국면에서 확인된 선진 시민의식과 동떨어진 ‘4류정치’의 현주소다. 탄핵은 우리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를 잘 받들어 정치개혁과 나라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첫째, 탄핵과정의 혼란을 슬기롭게 수습하고 국론을 통합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정부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적극 협조해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 셋째,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개헌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번 탄핵을 통해 대통령이 불행해진 것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여러 면에서 한계에 왔다는 것이 학계나 정치권의 일치된 평가다. 국정 혼란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안정적인 국가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불행한 대통령을 만드는 현 권력구조를 바꾸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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