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바란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바란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3.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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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형서점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마련한 독서공간 뿐만 아니라 통로 사이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인데 그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다 보니 서점의 입장에서는 독서테이블이나 간이의자와 같은 독서공간을 따로 마련함으로써 고객유치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구매의 부담없이 다양한 책들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어느 초등학교의 겨울방학 숙제 중에는 ‘대형 서점에서 책 읽기’라는 항목도 있는데, 그만큼 서점에서 책을 읽는 문화가 우리사회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일부러 서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는데, 특히 주말에는 대형서점이 어린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어느 한 일간신문에서 서점의 도서관화로 인해 출판사들이 속앓이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비치하는 것은 책을 팔기 위함인데 서점이 독서공간을 늘리다보니 도서를 진열할 공간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책 판매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손때가 묻고 더러워져서 그 책을 팔 수 없게 되면 서점은 이 책들을 출판사에 반품하게 되는데, 반품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의 몫으로 남고, 서점은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고 출판사의 책으로 마치 자신의 독자서비스인양 생색을 낸다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의 대표가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들를 때마다 몹시 뿔이 난다고 하는 이유이다.

대형서점에서는 이러한 출판사 측의 주장에 대해, 독서공간 마련이 출판사의 피해를 심각하게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책을 읽으러 온 손님들이 책을 구매하는 일도 있고, 또 서점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됨으로써 독서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출판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다. 즉 서점내부의 독서공간 마련이 곧 출판사의 손해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의 입장은 어느 한 쪽이 반드시 옳고 다른 한쪽이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대형서점에서 독서공간을 늘릴 것인지 여부는 서점의 운영방침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일 뿐만 아니라 서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손때 묻은 책을 전량 출판사에 반품함으로써 출판사만 그 손해를 감당하게 하는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판사들은 책을 팔기 위하여 서점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는데, 손님들의 손때가 묻어서 책을 팔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면 서점의 상품관리에 대한 책임도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서점에서는 출판사로부터 샘플용 도서를 별도로 구매하여 비치함으로써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출판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책 안 읽는 사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서점과 출판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서점에서 독서공간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영업전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제공해 줌으로써 우리사회에서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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