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선 한국정치 비극
전 대통령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선 한국정치 비극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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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오전 9시 25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국민들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초유로 파면된 대통령이 탄핵 11일 만에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조사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70년도 안 된 헌정 사상 네 번째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 누설 등 13가지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의 출연 강요,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433억 원의 뇌물수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문건 유출 지시 혐의 등이 핵심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은 본인에게도 큰 불명예지만 국가적으로도 비극이자 수치스러운 일이다. 노 전 대통령 이래 8년 만에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전직 대통령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국민의 불행이자 헌정사상 또 하나의 오욕이 아닐 수 없다. 포토라인에 선 장면은 BBC, CNN 등을 타고 세계 곳곳에 생중계됐다. 선현들이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생명을 걸고 지킨 대한민국의 품격을 감안하면 매우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런 국치(國恥)의 역사가 언제까지 반복될지 부끄럽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헌정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책임은 별개이므로 박 전 대통령의 ‘무죄 투쟁’을 나무랄 수는 없다. 대선이 50여일이라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문제가 남았다.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어떤 리더십을 세우고,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 시발점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분권형의 개헌이 시급하다. 그러지 않으면 5년 후 똑같은 지점에서, 똑같은 한탄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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