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3> 경북 고령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3> 경북 고령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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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화사하게 피어나고 따뜻한 햇살이 싱그럽게 좋은 날 33번 국도를 달려 안화리 암각화를 먼저 찾아간다. 안화리 암각화는 선사인들이 가로 115㎝, 세로 90㎝의 퇴적 변성암에 쪼아 새긴 3개의 바위그림인데, 기본형은 위쪽에 U자형 반원을 새기고 좌우에 활모양의 선을 대칭으로 새겼으며, 오른쪽 그림에는 바위 표면을 오목하게 갈아서 만든 컵 모양의 홈을 대칭으로 새긴 것이 특징이다. 위쪽 절벽에도 같은 종류의 바위그림이 두세 개 더 있으며 고령 장기리 암각화 및 영일 칠포리 암각화와 수법이 유사하다는 것으로 보아 선사시대 해안인과 내륙인의 의식구조가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내친김에 안림천을 따라 내려가 장기리 암각화도 둘러보았다. 알터마을에 있는 바위그림 유적인 장기리 암각화는 수십 장의 암석절벽 중 마을 입구의 나지막한 암석면이 선택되어 조각되어 있다. 암벽 높이는 지상 약 3m, 너비는 6m 정도인데, 암각화는 높이 약 1.5m, 길이 약 5m에 걸쳐 조각되어 있다. 그림의 내용은 동심원과 十자형 및 이형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동심원은 지름이 약 18∼20㎝의 삼중원으로 모두 4개이며, 중앙부에 동심원 하나가 뚜렷하게 조각되어 있고, 하나는 바위 정상부 가까이 있는데 암면과 함께 절반부가 파손되어 있다. 동심원은 태양을, 십자형은 부족사회의 생활권을 상징한 듯하며, 가면모양은 머리카락과 수염이 묘사되어 있어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 농경을 위하여 태양신께 소원을 빈 신앙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차를 돌려 우륵기념탑과 우륵박물관을 찾았다. 우륵박물관은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전국 유일의 우륵과 가야금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는 일반전시와 특별전시를 하고 있으며, 가야금 공방에서는 직접 가야금을 제작해보는 가족단위 가야금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전통악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전시실에는 우륵의 초상화를 시작으로 그 시절 대가야의 주변 정세와 문화를 소개한 악성 우륵을 찾아서, 악성 우륵, 가야의 혼을 지킨 우륵, 민족의 악기 가야금, 우륵의 후예들 등 다섯 가지의 주제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며, 신라시대의 토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과 가야금 복제 유물들도 볼 수 있다.

우륵이 가야금을 울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은 고령 정정골이다. 왕산악 박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우륵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업적을 교육하기 위하여 고령고등학교 뒤편 정정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오래전 우륵기념탑을 건립해 놓았다. 가야금을 이용해 12곡을 만들어 연주했다는데, 고령 출신 악사 우륵의 12곡은 가야 12지방 이름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그의 애향심도 돋보인다. 높이 16m의 탑을 바라보며 충주의 금휴포와 탄금대도 모두 우륵에게서 그 지명이 유래한다는 것을 되새기며 정정골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어떤 지역에서 음식을 먹었다고 하면 그래도 이름난 한정식이다 싶어 대가야진찬으로 입소문 난 황금터를 찾았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호박죽, 보통 한정식 메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죽을 먹으면서 입과 속을 풀어주며 다음 음식을 기다리니 기분 좋았다. 샐러드부터 차례로 다른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팽이버섯으로 만든 샐러드가 특별하고, 버섯과 무순을 싸서 만든 말이, 코끝에 버섯향이 싸악 돌면서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입맛을 확 돋우는 찬들이 마음에 들었으며, 닭가슴살에 새순을 올려 머스타드 소스를 올린 샐러드에 장뇌삼까지 맛보게 되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고령대가야시장을 둘러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로 간다.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대가야의 문화 및 역사를 주제로 하여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고령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조성한 첨단 테마파크로, 토기 철기 가야금 등의 고대 문화와 4D영상관 같은 첨단문화에 물 환경 등을 체험하면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관람은 일반적으로 입구인 가야산성 건물에서 시작되는데, 다음으로 입체영상으로 스릴과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4D영상관이 이어지고, 대가야인의 의식주 생활을 볼 수 있는 고대가옥체험관이 있으며, 투구 배 토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대가야유물체험관을 지나 가마터 동굴 속을 거닐며 대장간 화덕 소리와 빛, 영상 연출을 통하여 대가야인들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가야가마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대가야박물관이다. 대가야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대가야 순장무덤인 지산리44호 무덤을 복원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대가야역사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마디로 대가야의 우수한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대가야사 전문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가야 및 고령지역의 역사를 펼쳐보며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공부할 수 있고, 장기리 암각화 등 선사시대 유적 유물을 위시해 대가야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관금동관 등의 장신구와 토기 무기 마구 등 2000여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옆의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동고분군 제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대로 재현한 것으로 관람객들이 실물크기로 만든 모형 44호분 속에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모습, 껴묻거리의 종류와 성격 등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만들어, 일반인들도 보다 쉽고 생생하게 대가야인의 장례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변의 지산동고분군과 함께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다.

이제 지산동고분군의 현장인 주산을 오른다. 대가야시대 궁성을 방어하기 위한 주산성과 200여기의 크고 작은 고분으로 이뤄진 지산동고분군, 삼림욕장 등이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는 산 위에는 대가야시대의 주산성이 있다. 그 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서기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고분군 사이를 걸으며 대가야의 융성하고 찬란했던 모습을 그려보고 새롭게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고천원공원으로 간다. 고천원공원은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같이 일본의 건국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이 머물렀던 곳이 고령지역이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공원으로 고령이 일본 황실 선조의 고향이라는 내용을 담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매년 고천원제를 지낸다니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던 그들이지만, 여기가 그들의 왕실 고향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의 잘못된 역사관도 바꾸길 바라며, 다시 차를 돌려 옹심이칼국수집을 찾아 감자전에 동동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역사 문화체험으로 힐링하며 고령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고령대가야시장
고천원공원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갸야진찬
안화리 암각화
우륵기념탑
우륵박물관
장기리 암각화
주산성 산책길
지산동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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