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1)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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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1)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살아있음을 비웃는 그 무엇. 잔인하게도 완전한 무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사는가. 그 명확한 답을 모르기 때문에? 양지는 자신도 모르게 시트를 움켜쥐고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함부로 몸부림치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이렇게 허무한 종말을 맞이하기 위해 그토록 오욕에 찬 인생을 질주해 왔던가. 이렇게 엉망인 대차대조표밖에 남길 수 없는 인생인 것을 모르고.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 그 사이에 몸은 입원실로 옮겨져 있었고, 갈증으로 눈을 뜨니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와 고종오빠가 곁에 와 있었다. 양지는 조용히 심호흡을 고르고 움직임을 자제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아무 능력도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내가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자 굳은 표정을 풀고 눈길이라도 부드럽게 대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조차 비굴하게 보일 것만 같아 아예 그들이 돌아가도록 잠든 척 꼼짝 않고 있을 작정이었다.

“이놈으 가시나들이 몽지리 주딩이만 똑똑해 갖고.”

무슨 이야기의 연장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호흡 조절조차 잘 안 되는 음성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고종오빠의 없는 듯 한 말 없음은 긍정인 모양이었다.

“제 신세 제 망치는 것 봐. 난 그래도 작은 년은 믿었제. 성질은 끄뜩자뜩 지랄 겉애도 저그 부부 금슬도 그만하모 괜찮앴고 자슥나이꺼지 했으니 어지간히 뿌리내ㅤㄹㅣㅆ을 거라꼬 탄탄무 했제.”

양지는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 환자가 누워있는 방이라는 것도 망각한 듯 아버지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 고종오빠도 여기는 병실이라는 주의 한 마디 하지 않는 것이 호젓이 만난 김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양지는 화를 터뜨리며 나가달라고 할 계제가 아님을 감지했다. 아버지의 울화를 누그러뜨릴 양으로 고종오빠가 끼어들었으나 아버지는 그것마저 윽박질러서 타고 넘는다.

“이번에는 어디 제 맘대로 그런 깁니꺼. 도 서방이 잇금도 안 들어가게 완강하게 나오니까-.”

“아, 그렇다고 지 죽을 짓을 해? 도장을 지 손으로 와 찍어. 법원까지는 뭐 하러 따라가!”

“요즘 사람들 생각은 옛날하고는 다릅니다. 한 집에 산다고 부부냐. 이미 깨진 그릇이나 마찬가진데, 호남이 동생은 또 그대로 할 말이 있었십니더.”

“어이구, 등신들. 아아는 말캉 갖다내삐고 안태만 키았는가. 그런다꼬 하늘이 땅 되고 땅이 하늘 되는가. 그년 나대는 꼬라지 보고 내 전부터 우리 집에 천지개벽 나는 일 생기지 졸음은 했다. 그랬더이 기어코 이 짓인 기라. 와 그리 잘 돌아가는 머리가 못된 송아치 엉덩이 뿔 나데키 똑 그런데는 디비쪼우는고 말이다. 지에미가 두엄밭 태우드키 집구석 불태우고 뒤진 게 다 뭣 때문인고, 지 년들 잘 되라꼬 그란 것 아니고 뭣때미내 그랬것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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