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갈라지고 미워함을 넘어서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특별기고] 갈라지고 미워함을 넘어서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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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이 언제부터인가 점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밑도 끝도 없는 소문들이 먹구름처럼 나라를 뒤덮었고 다시 덧칠하고 오도해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모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갈라지고 미워함이 너무 깊어 나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이다.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였으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존 질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 새로운 도전을 통해 우리는 화합과 번영을 이루어내야 하지만 퇴행의 정치로 말미암아 우리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균열의 구조만 심화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 경제적으로 소득 불균형 확대, 사회적으로 수저 논쟁과 같은 계층 분열로 서로 갈라지고 미워함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지역감정과 진영대립의 정치 갈등에 너무 많이 매달리고 시달려 왔다. 정치권은 이런 균열 구조를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증폭시켜서 국가 대사가 있을 때마다 분열과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해 왔다. 진보든 보수든 정의를 실현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현란한 수사만 있을 뿐,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행동은 볼 수가 없다. 아니 아직도 그 낡은 구도에 뿌리를 두고 정치권력의 탐욕을 좇아 교묘히 악용하면서 공공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구성원의 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리는 역사에서 경험했다. 과거 사대부 관료들이 가문과 학파로 나뉘어 국가 안위와 민생은 외면한 채 오직 당쟁에만 골몰한 결과, 왜란과 호란으로 국토를 유린당하는 치욕의 역사를 남기고 말았다. 그 피해는 온 백성들이 짊어져야 했고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비참한 나날을 지내야 했던가. 또다시 내분과 갈등으로 인해 적도 친구도 없는 국제무대에서 열강의 힘에 굴욕당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대한민국은 태극기와 촛불이라는 거대한 두 덩어리로 갈라져 버렸다. 태극기를 들건 촛불을 들건 자유다.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관철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다만 이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광장의 함성은 화합과 번영의 에너지로 승화되어야 한다. 반대로 나라 안팎의 위기에 단합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분열하거나 패거리 정치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면, 우리는 구시대의 정치문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반목의 길을 걸으면서 결국 국제사회에서 존재감 없는 나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갈라지고 찢어진 이 나라를 어찌해야 하나. 어느 나라건 대립 없는 곳은 없겠지만 우리는 너무 깊은 골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정치인들의 책임이며 해결 또한 그들의 몫이다. 진보건 보수건 구시대 패거리 정치로 국민을 분열시켜 자리를 보전하던 한줌의 세력들은 역사의 뒷전으로 퇴장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어둠의 시대를 뒤로하고 화합과 번영의 새 장이 열릴 것을 국민들은 간절히 기대한다.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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