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문학을 위한 단상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시조문학을 위한 단상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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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며, 그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신라의 향가에 연원을 둔다. 시조는 천년 역사로 이어져 내려온 겨레의 얼이며 숨결이다. 형식이 정제된 이후 700여년의 세월을 이어져 온 힘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만인을 위한 만인의 노래였고, 그때 그 시절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위정자와 민초들의 노래로서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시절의 아픔까지도 수용할 수가 있었다. 하여 시조는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이며 국보(國寶)이기에 갑오경장 이후 현대시조로 발전해 전승을 이어가며 문학의 한 장르로 발전한지 100여년이 됐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써서 후대에 남길 것인가. 실로 난감한 숙제이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형시라는 올가미에 얽매여 구속에서 누려야 하는 자유로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시조에는 이 겨레의 혼이 배어있기 때문에 유구한 전승을 지켜나가야만 할 의무가 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기에 더욱 잘 가꿔 나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우리것보다 작은 정형의 그릇으로도 국수적인 사랑을 쏟아 국민정신의 근간으로 삼고 그들만의 문화로써 세계화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것을 예사로 생각해온 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이룬 것이라는 자성을 해본다.

나라를 잃어버렸던 시절에 나라를 찾는 일에 전념했듯이 전승문화를 찾아 알뜰히 가꿔 세계에 펼쳐 놓고 국위를 선양해야 할 때가 왔다. 그래서 필자는 시조사랑이 나라사랑이라는 생각으로 시조를 사랑하며 지켜 왔다. 일본은 단지 자기들만의 것이라는 명목으로 국위선양의 자산으로 삼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후원해 세계화를 이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가장 아름답게 정제된 우리 시조를 모든 국민이 뜻을 모아 열심히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학계에서는 우리 시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시조에 매력을 느낀 하버드대학 맥퀸 교수는 시조집을 내고 미국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치며 백일장을 열었다고 신문기사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학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옛날처럼 국민문학으로 승화시켜 나라사랑과 정서순화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질의 그늘에 가려진 정신문화의 균형을 잡는 매개체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시조를 짓고 즐기는 그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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