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물 부족 문제는 경제적 가치창출로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 물 부족 문제는 경제적 가치창출로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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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품을 구입할 때 ‘이것 얼마요’라고 가격을 먼저 묻는다. 그러나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그 상품의 가격(price)이 아니라 가치(value)인 것이다. 물은 우리생활에 한 순간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그 가치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우리는 무한한 가치를 보유한 물이라는 재화를 가격이 제로(0)인 자유재로 만들어 물을 흥청망청 사용하여 고갈시켜왔다.

인간 생명의 보고인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된 21세기에 와서야 블루골드(blue gold)라 하며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물의 부족 및 수질오염 방지와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UN은 1992년 ‘세계 물의 날’을 선포하였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1283㎜로 세계 평균의 1.3배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이 연간 2705㎥로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여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등 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물 문제의 해결은 물의 경제적 가치 제고를 통하여 사용량 억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이에 물 소비량을 가늠하고 장래 물 부족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이란 개념이 개발되었다. 물 발자국이란 그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추적(원료-제조-유통-사용-폐기)하여 계산한 값을 규격화(ISO 14046)한 것으로 자국의 경제규모에 필요한 물의 양을 산출한다. 예를 들어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소의 사육·가공·유통·소비 단계를 거치면서 1만5415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물의 산업화가 필요하다. 물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석유, 자동차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규모로 자리 잡은 산업이다. 성장 속도는 지난해 623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865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의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등 21세기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담수화 시장규모가 2012년 39억 달러에서 2018년 152억 달러로 연간 22.7%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물 산업은 건설ㆍ공급ㆍ운영ㆍ관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종합적 서비스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건설 기술, 담수화 플랜트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시장개척과 판매전략 경험이 부족한 탓에 해외 진출 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차세대 신성장 산업인 물 산업 지원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물의 가치 창출에 생수 산업도 한몫한다. 국내 생수시장은 2014년 6040억 원에서 2016년 7403억 원으로 급신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기존의 브랜드 위주의 생수 개념에서 ‘내 몸에 맞는 물’을 마신다는 새로운 개념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생수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데 연유한다. 즉 베이비 전용 생수, 피부관리 생수, 다이어트 용 생수는 물론 애완동물용 생수까지 개발하여, 물이 1ℓ에 6000원을 훌쩍 넘어 휘발유가격의 5배에 이르며, 한 잔에 1만 2000원 하는 물 카페도 있다. “현재 물은 패션과 실용, 그 중간쯤에서 소비된다”고 하는 한 물 소믈리에(sommelier)의 말을 되새기며, 물에 대한 다양한 가치 창출로 부의 축적은 물론 물을 절약·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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