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歡待)
조세윤(경남문화관광해설사회장)
환대(歡待)
조세윤(경남문화관광해설사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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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윤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즐거운 감정들 중에서 가장 흐뭇하고 유쾌한 감정은 바로 환대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환대를 받는다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누군가가 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반겨주는 것이 환대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환대를 받는 나도 즐거운 일이지만 환대하는 사람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환대(歡待)의 사전적 정의는 반갑게 맞아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방문객과 주인 사이의 관계 진전을 말한다. 환대는 도움이 필요한 어떤 사람에게 관대하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이클 앤드류 포드는 “환대란 방문객에게 집중하는 능력이다. 환대란 방문객이 자신의 영혼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다. 환대는 다른 사람의 외로움과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환대의 외연을 확장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면 환대는 반드시 그 목적의 완성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환대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의 시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은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 무슨 인연으로 오는 줄은 모르겠지만 나를 찾아와 만나는 사람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온 귀하고 귀한 손님이다

나는 벌써 한 시간째 거울 앞에 서서 전기면도기로 얼굴의 잔털을 밀고, 활짝 웃어보기도 하며 옷매무새를 만지고 있다. 방문객을 환대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일생과 함께 찾아오는 방문객의 어마어마한 일을 살짝 알고 있는 경남 문화관광해설사이다.

참,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방문객이 있다. 해마다 너무 늦지 않게 알아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있다. 봄이다. 봄이 왔다. 어마어마한 일이다. 필경 환대해야 할 일이다.
 
조세윤(경남문화관광해설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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