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신학기와 부모교육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경일시론] 신학기와 부모교육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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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만물이 움트는 시기이다. 특히 학교에서 3월은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기로서, 신학기를 맞이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남다르다. 첫 자녀가 유치원에 처음 들어간 부모는 유치원에서의 첫 적응에 가슴 설레고, 첫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부모는 처음 맞이하는 초등학교 학부모의 역할에 마음 설렌다. 첫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들어간 부모 역시 자녀를 어떻게 키우면 보다 훌륭한 자녀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열심히 고민하는 신학기인 것이다.

어제 사회면에서 한 중학생이 PC방 사용비 2000원을 안 준다고 뇌병변을 앓고 있는 50대 아버지를 효자손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15세 중학생은 인천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장기 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의 범행이어서 소년법에 따라 선고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돼 존속살해 사건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키웠길래 이런 끔찍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필자는 마음이 무겁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가 부모역할이다. 그래서 부모역할은 제2의 직업이라 할 만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부모들이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부모는 자녀의 역할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처럼, 부모가 자녀를 키운 대로 자녀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사회학습이론의 대가인 반두라는 관찰학습·모방학습을 강조했는데, 그는 인간이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해 학습한다고 주장했다. 관찰학습의 예는 영유아가 TV에서 본 폭력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을 모방해 공격적 행동을 하거나 또는 집에서 부모의 말투를 모방,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때문에 부모는 무엇보다 자녀들 앞에서 귀감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또한 신학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새롭게 맞이한 환경에서 홀로서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든 자녀들이 스스로를 조절해 책임감을 길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적응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자녀들과의 힘겨루기’를 이해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신학기에 나름대로 이전보다 더 성장한 자녀들은 자신이 획득한 힘을 행사해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자녀의 행동은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독립심의 발로이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면 자녀의 ‘힘 행사하기’ 또는 ‘반항’으로 보인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새로운 행동을 힘으로 억누르려고 한다. ‘아직도 어린 것이 부모를 벌써 이기려고 해?’ 또는 ‘감히 부모 말을 거역해?’ 등의 감정을 노출시키면서 자녀들에게 ‘안돼’라는 말로써 억눌러버린다.

그러면 자녀들은 자신이 컸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힘 행사하기’를 계속 주장하고, 부모들은 ‘아직은 내가 힘이 세니까, 부모 말을 들어야지’하는 마음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 ‘힘겨루기’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누가 먼저 힘겨루기를 멈춰야 할까. 당연히 부모 쪽이다. 부모 쪽이 가진 자원과 권력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수용해주고 힘겨루기를 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줄 때 자녀는 부모 품에 안기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끝까지 자녀를 항복시키려고 힘을 행사하면 자녀는 어쩔 수 없이 항복하면서 ‘이 다음에 크면 두고 보자’ 하면서 앙갚음을 꿈꾸게 된다. 부모는 이런 자녀 심리를 이해하고 ‘힘겨루기’에서 먼저 풀어주어야 함을 생각하는 신학기가 됐으면 한다.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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