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심예필심훼(甚譽必甚毁)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 심예필심훼(甚譽必甚毁)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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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듣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201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녀는 대통령이 된 뒤로 많은 언론과 방송으로부터 다양한 찬양을 받아 ‘박비어천가’라는 말까지 널리 회자됐다. 그러나 그녀는 여러 번의 인사 실패와 세월호 참사 때 무능함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탄핵을 당하게 됐다.

명심보감에 이러한 상황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줄 명언이 있다. 성심편에 ‘심예필심훼(甚譽必甚毁)’라는 구절이 있다. 심(甚)은 ‘지나치다, 심하다, 또는 과하다’는 뜻을 가지고, 예(譽)는 ‘칭찬하다 또는 찬양하다’는 의미를 지니며, 훼(毁)는 ‘헐뜯거나 더럽힌다’로 해석된다. 따라서 심예필심훼는 ‘심하게 칭찬하면 반드시 심하게 비난하게 된다’ 또는 ‘심하게 칭찬받으면 반드시 심하게 비난받는다”라고 해석된다.

왜 명심보감은 사람이 심하게 칭찬받으면 반드시 심하게 비난받게 된다고 경고하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칭찬이 비난으로 바뀌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칭찬받은 것을 계속 유지하거나 수행할 수 없을 때 칭찬은 비난으로 바뀐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칭찬을 좋아한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그러한 칭찬을 계속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쩌다 높은 수준의 행동을 했을 때 칭찬받은 행동을 계속 보여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나치게 과한 칭찬을 받은 사람은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한편 사람들은 남을 칭찬할 때는 그 사람이 칭찬받은 행동이나 특성을 계속 잘 유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칭찬을 받은 사람이 그 기대를 계속해서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칭찬한 사람은 실망하고 비난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도 처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자주 칭찬했으나, 그 기대가 꺾이는 사건(인사 실패와 세월호 침몰)을 여러 번 목격한 뒤로 점점 비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둘째, 심한 칭찬을 받은 사람이 오만해지면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은 비난으로 돌변한다. 자주 칭찬을 받다보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거만해거나 또는 오만해질 수 있다. 사람이 거만해지거나 오만해지면 남을 존중하지 않고 안하무인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오만해진 사람은 자신을 칭찬해주지 않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여기기 쉽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주 칭찬받던 어린 학생이 공정한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선생님은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다루기 위해 특정한 학생만 칭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칭찬을 들을 수 없는 학생은 그 선생님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미워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심한 칭찬에 중독된 사람은 남들이 중립을 지켜도 자신을 미워한다고 오해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2명을 나쁜 사람으로 지적한 사실이 있다는 보도는 그녀가 이러한 경향성을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를 남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가 주는 교훈은 ‘지나친 칭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심하게 칭찬하면 심하게 비난할 수 있고 또 심하게 칭찬받으면 심하게 비난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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