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6)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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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6)

“기철이 그 자슥 지 혼차 똑똑한 드키 까불더마 와 그런 거는 못 막는고. 그러게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라. 참 그라고 또 하나 희소식, 명자언니네 연변할부지 북망산 갔다는 거 언니도 들었쟤? 아부지나 오빠가 말해주쟤? 일이 이렇게 풀릴지 누가 알았겠노. 우리 옴마 유언이 딱딱 맞아드는 기 우째 인자부터는 우리가 팍팍 잘 될 것 같고 요상하게 기분 들뜨게 안맹그나?”

양지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으로 호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킨 김에 수습 안 되는 호들갑을 떨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의 앞일은 모른다. 하므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힘든 끈을 잡고 인내하면서 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처지의 호남이 태연스럽게 하고 있을 내용들은 아니었다.

“너 참 한심하다. 네가 지금 그런 남의 일에 신나하고 있을 때가? 주영아빠하고는 이혼신고까지 했다면서.”

“아아 그거? 난 또 와 그리 사흘 굶은 씨미 상을 해갖고 꼴치보고 있는고 했더마. 그럼 나더러 우짜란 말이고? 헤어지자카이 헤어져 준 게 무슨 잘못이가? 그래 봐라, 사흘도 몬 가서 주제꼴 거렁뱅이같이 해갖고 쏙으로는 내 생각 꼴꼴 날걸.”

“도 서방이 그냥 그러는 거 아니잖아. 그걸 알면 진심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라도 해야지 맞서서 좋을 게 뭐 있어.”

양지는 목에다 힘을 주었다. 사실은 피가 지게 외치고 싶었다. 예기치 못했던 일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의 연속적인 끈을 잘라내고 싶었다.

“아부지하고 오빠는 모리지만 언니는 잘했다 칼줄 알았는데 뜻밖이네. 내가 일부러 그랬나? 언니는 도대체 누구 편이고?”

“지금 이일이 장난이가? 편 가르자고 하는 짓이가?”

“참 알다가도 모리것내. 언니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가 없어. 어지럽어 같이 못 있것다.”

“느낌으로라도 그렇게 비쳤다니 내 뜻이 잘못 전해 진 건 아니다만, 너도 나도 우린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엄마처럼 그렇게는 살지 말아야 된다고 했지 깨고 부수고 그렇게 산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게 엄마 얘기는 와 나오노.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만데. 지금 세상에 마음 안 맞는 사람과 헤어지는 부부들 많다.”

“이것아. 적어도 사람이 제 생각을 행동하면 책임도 같이 져얄 것 아냐. 너 결혼할 때 사랑한다고 아버지 엄마 설득했지. 임신하지도 않은 임신까지 했다꼬 거짓말까지 하고. 그런데 결과가 이게 뭐꼬. 니 인생은 장난으로 사는 기가?”

“그 자식이 안 따라주는데 낸들 우짤끼고. 하, 그럼 나더러 우짜란 말이고. 그란 해도 뿔따구 나서 죽겄는데. 언니가 뭐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매 아이가. 그런데 위로는 몬해 줄망정 사람 속에 염장 지르고 에나 그랄래?”

“그래서 잘못했다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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